5분의 추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248
윤병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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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모든 것이 결정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무심히 지나치다가 얼핏 무언가를 느끼는 어떤 순간,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 5분의 시간이라면 충분하다. 시 제목으로 붙이기에는 다소 식상한 이 '추억'이라는 단어까지도 시집을 읽은 후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는 서로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 없음에서 오는 간극으로 오는 커뮤니케이션을 단절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순환선 지하철에서) 열려있는 문을 통해 수십 년의 시차를 두고 이어지는 음울한 사연에 왈츠를 넣어 환상적으로 만들기도 한다.(녹) 그리고 단순하고 간결하게 삶을 이야기한다. 세상을 향한 분노가 터져올랐다가도 '걸려온 전화기에 가득 찬 고함 소리의 틈새로 자신이 너무도 좋아하는 브람스 음악이 새어나오고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용서할 수 있었다는 동료의 말처럼 삶은 얼마나 단순한가. 사는 데는 꼭 논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일이 작두날 위에서 널뛰는 경쾌한 음표라고 생각'하듯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차에 치여 죽은 짐승들'처럼 아슬아슬 위험천만한 현실 속에서 다행스럽게도 때로 밝아 간신히 견디는 것은 아닌가.

시인의 재치가 돋보이는 표현들은 회색 톤의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웃게 만들어 주고, 시인이 삶을 향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연한 태도를 보여준다. '뭐, 삶이 별스럽겠어?' 하면서 무심한듯한 표정으로 딴 청 피우기 좋아하는 친구처럼 매력적이다. 친근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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