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9
루이스 캐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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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었던 책은 '나라사랑'에서 나온 '마틴 가드너가 주석을 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안타깝게도 절판되었음.ㅠㅠ 우선 그 책을 구하려고 노력해보시라! 하지만 만약 못 구한다면 동화로 기획되지 않고, 원본의 표현을 살린 앨리스로 구해서 읽어보시길!]

어릴 적 접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앨리스가 언니와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있던 모습, 줄이 달린 시계를 들여다 보며 바쁘게 움직이던 조끼입은 토끼, 트럼프 병사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설정들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답지 않게 참 재미가 없었다는 사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만큼 참 친숙한 동화의 제목이면서도 막상 무슨 내용인지 구체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그러면서도 이 나이에 읽기엔 어쩐지 좀 쑥스러운 책이라고만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동화용'으로 나온 책이 대부분이고, 어쩐지 출판사들도 이 책을 어른들에게 읽히기는 장사가 안되는 책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마틴 가드너와 함께 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을 왜 어렸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는지를 알게 되었다. 루이스 캐롤은 nonsense와 논리와 재치, 언어유희로 범벅이된 맛깔스러운 책을 한권 내놓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들에게 읽히기 위해 동화로 명명한 것은 아닐까. '어린왕자'처럼 앨리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읽어야 한다고 감히 추천한다.

어떻게 보면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그것을 풀이하거나 상상하기 위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이 책을 마틴가드너는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어린시절 이후로 오해하고 있던 앨리스를 100% 이해하고, 함께 미소지으며 캐롤의 기지에 푹 빠질 수 밖에 없게끔 유도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었는데(기억하기 위해서) 그 중에 일부분은 앨리스의 말투나 그 상황 설정 등이 너무 귀여워서 따라 해보고 싶거나, 다시 웃고 싶어서이다.

꿈 속에서 면밀히 꿈의 다음 장면을 계획하지 않아도 스스로 논리에 맞게 꿈의 상황을 이해하듯이 앨리스의 대부분은 꿈을 꿀 때의 기분을 기억하게 만들고,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또다른 세계로 빠지도록 인도한다. 두 사람인 체 하며 자기 스스로에게 말하며, 중얼거리고 혼자 딴 생각하기 좋아하는 앨리스는 너무 사랑스럽고, 자신이 알던 노래를 잘못 바꿔서 부르게 되고 자꾸 이상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자신에 대해 의심스러워 하며 지금의 내가 누군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어쩐지 자아에 대해서 의식하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앨리스가 어른이 되기 시작한 것처럼.

'그냥 네가 가고 싶은 대로가면 돼'라고 말하는 체셔고양이, 제멋대로 달리다가 멈췄다가 또 달렸다가 자기 맘대로 하는 코커스 경주, 말만 잘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시간과 얘기를 나누는 해터와 헤어, 동면쥐와의 대화, 해리포터의 경기보다 더 재미있고 우습고 귀여운 크로케 경기, 가짜 거북이 우울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슬픈 것은 공상이야, 하고 말하는 그리핀

따분한 일상에서 이제야 제대로 다시 만난 앨리스 덕분에 나는 요새 아주 모험가득한 꿈을 꾼다. 캐롤이 일기에 썼다는 다음 얘기도 공감한다.'꿈은 그 나릉의 세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꿈은 보통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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