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렌 지음, 박정훈 옮김 / 안그라픽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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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루틴대로의 출근길, 2호선 지옥철에서 을지로 지상으로 걸어나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에 예술이 없다면 우리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요-

레너드 코렌은 6명의 예술가를 통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술의 정수를 이야기하는 이 책의 제목이 예술이란 무엇인가, 가 아닌 예술가란 무엇인가, 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뒤샹으로 시작합니다.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뒤샹은 어느새 모든 현대미술서의 서두를 장식하는 이제는 전혀 놀랍지 않은 그런 예술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케이지, 크리스토, 저드로 이어집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등장하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들입니다. 작품에 대한 풍부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작품사진이 전혀 없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아주 멋진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활자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작업들을 기억해내고 조심스레 기억을 더듬으며 그들을 만났던 시간 공기 질감 색채들과 조우합니다.

익숙한 이름들을 지나 만나는 가와라는 낯선 작가입니다. 활자를 통해 처음 만나는 그의 작품을 상상하는 동안 꽤 행복했습니다 - 레너드 코렌의 문장에서 느낀 그의 작품은 여행 그 자체였거든요.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난 뒤 검색해본 그의 작품은 제게 충격과 공포였는데요, 이것도 예술인가 라는 21세기에 걸맞지않은 물음과 당혹감 때문에요-

레너드 코렌의 ‘파괴적인 결말’은 세라가 당첨입니다. 역시나 교과서에까지 나오는 익숙한 그의 작품이 그렇게나 분노에 가까운! 미움을 받았다는 비하인드가 있었다니 … 꽤 재밌습니다 :)

꾸준한 모든 시도는 역사가 됩니다. 6명의 예술가들은 모두의 갸웃거림 속에서도 꾸준한 작업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증명하고 증명해냈습니다. (아아- 우리의 회사생활같지 않습니까 😭) 예술뿐만이 아닌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모두가 부질없다 말함에도 꾸준한 우리의 시도들 처럼요-

예술가란 무엇인가는 이내 직업인이란 무엇인가, 사람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삶이란 무엇인가로 치환됩니다. 코로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생겼고 피로함을 위로해줄 미술관이, 미술이 사무치게 필요합니다.

지난한 펜더믹이 잦아들고 열린 미술관과 열린 공연장으로 달려갈 날을 그려봅니다. 반드시 오고야 말 그날을 위해 오늘도 나의 몫을 묵묵히 해낼 밖에요.

시각노동자의 허기를 채워주는 책을 끊임없이 출간해주시는 안그라픽스에 늘 감사드립니다 🙏🏻 행복한독서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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