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비룡소의 그림동화 4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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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찰스 키핑과 함께 영국의 3대 일러스트레이터인
존 버닝햄의 따뜻한 책!
유명 작가라서 이미 입소문이 난 책이지만, 그다지 교육에 활용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좀 시시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만큼 조부모와의 추억, 혹은 어른의 중요성을 잔잔하게 말하는 책이 또 있을까?
어쩌다 보니 계속 부모들의 눈에 잘 띠지 않는 책을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내 역할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른 눈에 좋아 보이는 그림책만 아이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아이들은 색이 선명한 책을 좋아해요라고 많이들 말한다.
그것은 부모가 그런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그런 유의 책을 많이 보여준 것이고
아이들은 그런 화풍에 자주 노출되어 익숙하기 때문에 편하게 느껴서
그것을 자기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책을 접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자녀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더 깊고 폭넓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작가가 경험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듯한 책이다.
소녀의 관점에서 책을 볼 수도 있고 조부모의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또 책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소녀의 부모 된 입장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소녀의 입장에서 보고 싶다.
할아버지는 소녀의 좋은 친구다.
엄마나 아빠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주고 많이 받아주기 때문이다.
 
봄에는 꽃씨를 심고, 여름에는 해변에 같이 가고
가을에는 낚시도 하고, 겨울에는 눈 쌓인 언덕을 같이 내려오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동요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소꿉놀이나 병원놀이할 때는 손님도 되고 보호자도 되고 의사도 된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 할아버지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소녀가 엉뚱한 질문을 해도 웃으며 잘 받아주신다.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못써!’하고 할아버지에게 야단맞은 것도 생각이 난다.
어느 날은 너무 기운 없어하시면서 오늘은 같이 놀아줄 수 없다고 하신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항상 앉으시던 초록 소파에 더 이상 앉아 계시지 않는다.
외로워진 소녀는 할아버지 소파랑 같은 초록색 유모차에 인형을 앉히고 언덕을 달린다.
 
아마도 이 모든 생각들은 언덕을 달리면서 생각났는지도 모른다.
그리움에 눈물이 나도 바람이 닦아주고
속상했던 기억마저도 내가 올바른 사람이 되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더 많이 생각나는 것은 할아버지와의 즐거운 추억이다.
나를 얼마나 사랑해주셨던가를 기억하면서.
식구 중 누군가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만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것이 먼저 간 사람에 대한 예의일까?
 
소녀의 엉뚱한 질문들에 할아버지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작가는 그 답을 써주지 않는다.
독자인 우리에게 쓰라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우리의 상식에 기반을 둔
강에서는 고래가 잡히지 않아.’
‘이 정도 비에 우리 집은 떠내려가지 않아.’
와 같은 아이의 상상력을 중단시키는 대답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1년이 넘도록 계속 엉뚱한 질문을 하진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분명 어떤 기발하고도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대답,
아이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답을 해 주지 못했을지라도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준 할아버지였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어주면서 뭐라고 대답할까? 

할아버지, 벌레도 천국에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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