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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위대한 책을 읽은 느낌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과학 토론을 하거나 많은 과학이야기를 나눌 때 나오던 이야기들, 그리고 듣고 아~했던 이야기들 등이 집대성된 느낌의, 빅히스토리 책이다.
사피엔스라는 이름에서는 호모 사피엔스를 다룰 거란 추측이 가능하지만, 이 책은 이 호모 사피엔스를 종교 생물 역사 등의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이게 인공지능 이야기까지 진행을 시키면서 정말 거대한 '빅히스토리' 역사관을 보여준다.

표지가 상당히 힘있는 디자인이다.


이러한 빅히스토리 책은 저자의 시각이 안들어갈 수가 없는만큼 저자가 중요하다. 이 책은 워낙 공전의 베스트셀러이고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과학인들(?)을 비롯한 독자층이 두꺼워 진 책인 만큼, 유발 하라리 이 분 자체도 유명해졌는데,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이스라엘'출신이라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러 시각들이 느껴지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게 느껴지는데 그 와중에도 약간씩 저자의 어쩔수없는 주관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근데 저자의 이스라엘 출신인 부분이 상당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 외에도 역자분도 한국어로 번역을 잘 해 주셨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더 한글로도 읽기 좋은게 아닌가 싶었다.
책에 대해서는 스포일러 자체도 싫어하고, 이 책은 흐름을 타서 빅히스토리를 훑는 만큼 부분 스포일러도 불가능한 만큼,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과 내가 통쾌했던 부분 등을 남겨 본다.

일단 요즘 워낙에 말이 많은 부분이기도 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문제. 이게 '차별'이 되는 게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동시에 응원하는 부분인데 이 책에서 여성,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쿨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끄덕이게 되는 부분도 많고, 과거의 잘못들(?)을 잘 짚는 느낌이다.

종교에 대해 상당히 명쾌한 벤다이어그램이 나와서 찍어 두었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도 인문에 관심을 가지면서 종교서적도 몇 권 접하기도 했는데, 그 와주에 '믿음'이란 것에대해서도 많이 생각하는 경험이 되었었다. 이 책에서는 종교에 대해서도 상당히 큰 시각부터 세세한 종교별 이야기까지 진행을 하는데 이 종교를 우리의 사상들과도 비교하며 진행하는 이야기가 재미도 있고, 또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내가 왜 선을 긋고 있었을까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또 이 책에서 통쾌한 부분이 하나 있어서 이 부분을 살짝 발췌 해 본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과 단지 사람들이 생물학적 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양자를 구분하기 좋은 경험법칙이 있는데,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이다. 생물학은 매우 폭넓은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사람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가능성을 금지하는 장본인은 바로 문화다. 생물학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는 능력을 주었고, 일부 문화는 여성들에게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의무로 지웠다. 생물학은 남자들끼리 성관계를 즐길 수 있게 했고, 일부 문화는 그런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금지했다.
문화는 자신이 오로지 부자연스러운 것만 금지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부자연스러운 것이란 없다. 가능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말로 부자연스러운 행동,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행동은 아예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 수고롭게시리 남자에게 광합성을 금지하거나, 여자에게 빛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하거나, 음전하를 띤 전자가 서로에게 끌리지 못하도록 금지한 문화는 하나도 없었다.
진실을 말하자면,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이라는 우리의 관념은 생물학이 아니라 기독교 신학에서 온 것이다. ‘자연스러움’이란 말의 신학적 의미는 ‘자연을 창조한 신의 뜻에 맞는다’는 뜻이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신이 인간의 몸을 창조할 때 사지와 장기가 특정 목적을 수행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지와 장기를 신이 마음에 그렸던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활동이고, 신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한다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장기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이 아니며, 그 사용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체의 장기 중에 그것이 원형 상태로 수억 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했던 일만을 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장기는 특정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하지만, 일단 존재하게 되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방향으로도 적응할 수 있다. 가령 입이 등장한 것은 가장 초기의 다세포 생명체가 영양소를 몸 안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고, 우리는 지금도 그런 용도로 입을 사용하지만, 동시에 키스하고 말하는 데도 사용한다. 람보라면 수류탄 핀을 뽑을 때도 써먹는다. 이런 용도 중 어느 하나라도 부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 벌레 비슷하게 생겼던 6억 년 전의 우리 선조가 입으로 하지 않던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8. 역사에 정의란 없다'

이 책의 마지막 뒷 표지이다. 어마어마한 서평...
사실 이 책은 두께가 좀 있어서 평소에 책을 좀 읽는 습관이 없다면 섣불리 시작하기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고, 웬만하면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러한 큰 시각은 한 인간이 가져야 할 것에서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