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랑 꿈이랑 -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양선 지음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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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주 꾸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집니다. 깨고 나서 정말 아쉽다 입맛을 다실 만큼 설레고 행복한, 나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꿈을 꾼 날에는 몸도 마음도 가뿐한 상태로, 어딘가 응원을 받은 느낌으로 깨곤 합니다. 


반대로 악몽을  꾼 날에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 일어난 것처럼 불쾌하게 심장이 두근거리고, 한동안 꿈에서 헤어나오질 못합니다. 
꿈이라는 것이 무의식이 반영이라는 데 이런 섬짓한 악몽을 꿀 때면 내 마음 어딘가 다친 곳이 있었나 고민이 깊어지고 벌컥 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바쁩니다. 

꿈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참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도 어떤 꿈이냐에 따라 마음이 하늘과 땅 차이가 나요. 특히 악몽을 꾼 날에는 그 기분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이번 사계절 그림책 대상 수상작인 달님이랑 꿈이랑은 악몽을 꾼 날, 잠자리가 뒤숭숭한 날, 밤이 유독 무서워 지는 날, 잠자리가 바뀌어 생경한 날 들여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질 책입니다. 

어렷을 적에 다들 어둠이 무서워질 때면 조그마한 취침등에 의지해서 애써 밤을 몰아냈던 기억이 하나쯤 있으실 텐데요. 그 작은 불 빛 하나에도 마음이 편해지고, 어느새 꿈나라에 들어갈 수 있었지요. 

악몽을 꾼 아이에게 이 책도 그런 존재입니다. 면지에서 창가에 내려앉는 노오란 달빛을 보면, 깊은 밤에도 우리를 위해 밤새 달빛을 내려 보내고 있구나하며 안심하게 만듭니다. 

작가님의 전작인 반짝이에서도 느꼈는데 노란 빛을 참 잘 쓰시네요. 개인적으로 노란 빛을 잘 살리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고, 노란 빛을 포인트로 쓰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데, 이 책이 딱 그런 책이네요!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면 아이는 눈을 감고, 밤에 대한 생각을 떨쳐 내려고 합니다. 악몽은 사나운 얼굴로 아이를 뒤쫓습니다. 무서움 때문인지, 배경의 사물들 또한 중력을 잃고 일렁입니다.



아이가 차라리 잠에 들지 않으려고 결심할 때, 다가오는 형체 없는 어둠과 맞설 때, 손님이 찾아옵니다. 달님이지요. 종이를 가득 채우는 노오란 달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빛으로 물들입니다. 



앗. 다음 장을 넘겨서야 책 정보가 시작되네요! 다시 시작이군요.
(독특하게도, 제목 다음에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익숙한 구조가 아니라, 제목 페이지 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책입니다. 독특한 구성이네요. 앞 면지와 뒷 면지의 달라진 점 찾기도 재미있어요. 이런 새로운 시도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책 참 좋아합니다. ^^)


꿈이 무섭다는 아이와 함께 꿈 속으로 들어가는 달님. 그리고 악몽과 마주합니다. 악몽이가 사는 공간은 어둡고 아무 것도 없는 외로운 공간. 그래서 화가 잔뜩 나 있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누군가를 놀래키고 괴로워하는 것 뿐이었죠. 



그런 악몽이에게 달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지어줍니다. 방을 예쁘게 색칠해주고, 이야기의 집을 지어주죠. 악몽이는 점점 호기심을 느끼고 달님과 아이, 애착인형이 하는 행동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경계를 풀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합니다. 


홀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사실 악몽이도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요. 그 마음이 악몽이를 더 어둡게 만들었나 봅니다.

달님만이 아니라, 아이도 자신을 무섭게 한 악몽이를 멀리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씨앗을 심어줍니다. 아이가 두려움을 마주하는 방식과 포용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때도 이렇습니다. 가끔 학부모님들께서 새학년을 맞이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하다고 소문난 00이와 같은 반이 되어 불안하다고 엄하게(세게) 대해 달라고 말씀하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사이 00이도 크고,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요.

그럴 때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보다 어른스럽게 00이가 많이 달라졌어요! 착해졌어요! 말하곤 합니다. 아이들은 달라진 현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런 마음이 또 다시 00이들을 변화시키고 수용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지켜봐주면 많이 성장한 모습으로 1년을 보내곤 합니다. 

책에서도 이런 따뜻한 마음이, 애정어린 관심이 악몽이를 변화시킵니다. 달님이가 뿌려주는 달빛에 경이로움도 느끼면서요.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순간 에워싸던 검은 테두리가 사라지며, 뿅! 하고 악몽이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이 책이 처음 읽을 때는 단순히 악몽에 관한 책, 잠자리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읽을 때는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보는 관점, 인간 관계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힘든 관계일수록 화를 내면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지고, 오로지 사랑이 전제된 포용만이 관계를 변화시키는 '키'였음을 깨닫고는 합니다. 

고로 이 책은 잠자리가 어려운 아이, 밤이 무서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인간 관계에 고민이 있을 때, 관점을 달리해서 보고 싶을 때도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

이 책 읽어보시고, 오늘 밤 달님이랑 좋은 꿈 꾸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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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95호 - 2022.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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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의 여운이 삶에 깊게 배일 때가 있다. 이번 창작과 비평 봄호에 수록된 정지아 작가님의 말의 온도가 그렇다.
읽는 내내 자식을 위해 헌신한 부모님과 겹쳐져 마음이 함께 마음이 따듯해지면서도 큰 오빠의 변명 섞인 현실처럼 붙효녀인 내 마음도 차게 시려왔다.

어버이날 수업을 할 때면 종종 당황스러운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은 써야하고 만들라고 하니 만드는 수동적인 감사를 표현한다. 그럴 때면 천년만년 부모님이 건재하실 거라는 완강한 믿음이 되려 큰 상처로 돌아올까봐 굳이 조바심을 내게된다.
살다보면 예기지 않은 일이 원하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맞닥드리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 어른이니까.

아이들에게 일년에 단 하루만큼은 부모에게 받아온 사랑을 보답하게 하기 위해 글로, 그림으로 작은 종이 카네이션에감사를 봉해 보내게 한다.

이렇듯 어버이날엔 타인의 효도마저 챙기는 하는 나이지만,
평소에 무심하기 짝이 없는 딸인 나는 말의 온도를 읽고 한평생 농사로 자식 농사를 지으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

나의 어머니께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바로 답하실 텐데 나는 어머니께서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나하면 곰곰히 생각해 겨우 한 두가지를 유추해보곤 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말의 온도에서 느즈막히 효도를 해내는 그녀가 부럽게 느껴졌다. 봄을 같이 보내고, 밥상을 차려 드리고 말 벗이 되어 드리는 딸의 무심하듯 다정한 시선.
그리고 봄의 꽃 같은 어머니. 자식의 허물을 덮고 최고로만 여겨주시는 어머님의 사랑을 너무 받기만 해왔나 싶어졌다.

올해는 더 많이 찾아뵙고 안부를 물어야지. 엄마의 세월을 늦춰야지. 같이 놀러도 다니고, 밥도 같이 많이 먹어야지. 하고 뒤늦은 반성을 해본다.

눈물이 날만큼 아이같이 좋아하는 남의 어머님을 보며, 나를 응원하고 계실 엄마를 떠올린다.
봄꽃같은 우리 엄마. 화내실적조차 나를 향한 걱정이 묻어나 따뜻하게 울렸던 엄마의 말.

봄에 데워놓은 작품의 온기로 겨울을 보낼 온기를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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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옷장 -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
박진영.신하나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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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밝히자면 부끄럽게도 나는 참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20대에는 택배로 너무 많은 옷가지를 불터 부모님께 혼이 날만큼이었고 옷 사는 어플의 vip로 등록될 만큼 옷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지구를 살리는 옷장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일까. 텀블러를 쓰고, 에코백을 메며 머리의 뻣뻣함을 견뎌내며 샴푸바와 린스바를 쓰는 나는 나름대로 친환경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착각했었다.

그 엄청난 착각이 무너지기 시작한건 단 몇 장의 사진들때문이었다. 동남아 옷 쓰레기 산과 인도 겐지스 강 근황 사진이었다. 내가 입고 싫증나 버리는, 헌 옷 수거함의 종착지와 내가 사입는 옷들의 노동력과 염료가 생산되는 나라들의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잘 처리 된 것이 아니라 싼값에 팔려 어딘가에 또 다시 버려지고 있었다. 그 옷들이 쓰레기가 되어 다시 누군가의 삶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굉장히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얄팍한 앎을 코웃음 치듯, 더 무거운 사실들을, 불편해도 똑바로 마주해야 하는 진실들을 낱낱히 보여주었다.

그저 동물 가죽만 아니면, 거위털, 밍크털, 토끼털만 아니면 되지 않나? 나는 합성섬유나 면옷, 양털 이제는 그런 것을 소비하는데?
정도로 얄팍하게 환경을 나름 신경쓴다고 했던 것들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합성 섬유가 만들어내는 많은 오염과, 양털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 양에게 가해지는 비 인간적인 행동들, 가죽을 벗겨내기 위한 참극. 농약과 염료. 쓰레기. 노동력과 산재까지 엄청난 비극이 한 꺼번에 낱낱이 드러났다.

이 책은 재생종이로 만들어져 컬러라고는 표지에 밖에 사용되지 않으며 그 흔한 사진 한 장이 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담백함이 나릍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흥분없는 사실 묘사는 나무라거나, 윽박지르지 않고도 내가 여태껏 해온 소비가 어떤 것인지 알게 했다.
감춰진 의류 사업의 쓴 뒷맛을 느끼게 한다.
찾아본다면 쉽게 알게 될 많은 진실들을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그 쓴 맛은 배가 된다.

내가 내다버린 옷들과 이미 소유하고 있는 옷들을 다시 어떻게 만들어지기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지구를 살리는 작은 옷장이라는 제목처럼 지금부터라도 폐기까지의 여정을 늘려보려고 한다.

실어주신 지속가능한 패션 가이드를 따르되 최대한 옷 소비를 자제하고, 환경 영향력을 생각하기로 다짐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을 읽기 전으로는 기를 써도 돌아갈 수 없다. 슬릭 뮤지션의 서평처럼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는 데 너무 많은 남의 것을 취한다. 몸뚱이가 수천개가 되는 냥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물건을 사댄다.
이제야 환경이 오염되어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니 그만 멈추자는 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까지 제한 없이 누리다가 한계에 다다라서야 결국 제 코가 깨지고 나서야 반성하는 척하는 루틴을 관두게 될까. 불완전한 나는 적어도 다가올 여름에는 옷을 사지 않고 조금이나마 죄를 지워보려 한다.

어릴 적에 봤던 웃고 지나갔던 무한 도전의 나비효과가 경고했던 인간이 벌인 수많은 날개짓이 지구에서 인간을 휩쓸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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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또 다른 세계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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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만화를 참 좋아하던 아이였다. 단행본, 잡지 만화, 웹툰까지. 시험 기간이 끝나면 다같이 학원 옥상에 누워 점퍼를 덮고 만화책을 읽는 호화를 누리기도 했다.
이처럼 만화를 보며 상상력을 동경했고, 답답했던 현실에서 도피하고 위로를 받았었다.

그렇게 만화를 즐겨보던 어린 시절을 지난 뒤, 어른이 된 나는 어째서인지 아이들이 만화보다는 동화나 그림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어있었다.

이 양가적인 태도로 이 시리즈가 종종 인터넷 서점에 상위 랭크에 있는 것을 보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그런데 교과서에도 실린 만화라고 하니 자꾸만 궁금증이 생겨났다. 어쩌면 어른들이 내가 어린시절에 주입시켰던 만화에 대한 편견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주하게 된 어린이 만화가 남동윤 선생님의 인기최도 만화 귀신 선생님과 아이들
이었다. 일단 귀신 선생님의 존재가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표지부터 뿜어져 나오는 컬러풀함, 또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귀신 선생님의 존재와 대비되는 귀여운 그림체라니. 어떤 내용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첫번째 이야기는 귀신들린 저금통, 두번째 이야기는 버려진 인형과 장난감들의 이야기, 마지막은 제비와 우산 이야기였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는 마지막 제비의 이야기였고 전래동화와 현재 시대를 드라마틱하게 엮어낸 판타지 이야기였다. 시니컬한 아이가 속내는 무척 착한 아이였던지 궁시렁 거리면서도 제비를 돕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님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떠한지 느껴졌다.

어수룩 하지만 일편 단심에 굶주린 장난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태현이, 자신이 한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는 또 용기릍 내는 보람이, 알고보면 정 많은 수정이까지. 아이들이 선한 동심을 지켜봐 주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귀신 선생님이라고 기괴하고 무서운 이야기로 아이들을 사로 잡기 보다는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잊혀진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외되고 있는 것들을 둘러보게 만든다.

태현이와 함께할 때는 저금통을 샀던 기억과, 차곡 차곡 모으던 마음.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떠올랐고 보람이와 함께했을 때는 나와 함께했던 장난감과 인형들은 어디로 갔을까. 외로이 쓸쓸히 처분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수정이와 함께할 때는 제비의 랩 장면에서 기어코 터지고는, 가족애에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울다가 웃은게 아니라 웃다가 울었으니 다행인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도 이 많은 그림을 빼곡히 어떻게 그리셨을까 싶었는데 한 페이지를 그리는데도 꼬박 하루 이틀이 걸린다고 하신다. 그야말로 정성이 가득한 그림을 몇시간에 앉아서 후딱 읽어낼 수 있으니 그린 정성에 비해 내가 너무 날로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재미, 감동, 정성, 동심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엮어 몇년에 한 권씩 내신다하니 아이들이 책을 빨리 안낸다고 저주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ㅋㅋ

나로서는 시리즈의 차례대로 읽지 않고 역행한 셈이니 읽을거리가 한 가득이지만 꾸준히 읽어온 어린이들은 다음 책까지 꼬박 또 몇년이 걸릴 테니까.

다음 시리즈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하다. 나도 꾸준히 저주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시리즈가 더 나오고도 너무 빨리 아이들이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무엇일까.

귀신 선생님과 또또또또또 다른 세계가 나오는 날까지 나의 어린 날을 지켜주었던 수많은 만화 영화와 만화책처럼, 남동윤 선생님의 만화가 아이들의 벗으로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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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의 비밀 사계절 동시집 20
이안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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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작가의 신간 동시집 기뻐의 비밀

이안작가님의 글자 동물원을 기쁘게 읽었던 나에게 기뻐의 비밀은 선물 같은 책이었다.
글자 동물원 시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라면 교과서에 실릴만큼 재치있는 른자동롬원이겠지만 나는 하진이1, 2가 특히 기억에 남았었다. 아이들에게 동시 시간에 하진이 1,2를 읽어주었을 때 교실에 내려앉던 가을 볕과 키득거림까지도 기억한다.
특히나 압권은 하진이의 이빨 빠진 자리에 난 웃음 글자. 나와 아이들의 웃음 구멍이기도 했다.
글자 동물원이 오래도록 아이들의 사랑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관심. 그리고 시에 담긴 사랑스러움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이다. 그런 이안 작가의 신작이기에 또 어떤 따스함과 감탄을 자아내는 발견이 숨어있을까 기대되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더욱 더 귀엽고 포근한 솜사탕 같은 색감으로 돌아온 기뻐의 비밀. 표제작인 기뻐의 비밀부터, 마리골드, 반가른 감자가 웃고 있어까지 보물같은 동시들이 숨어 있었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자연을,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을까. 마음의 띠지가 붙은 작품들이 차곡 차곡 쌓여갔다.

개인적 감상 뿐만 아니라 교사로서도 활용할 수업 아이디어가 샘솟는 책이었다. 꽃말들로 동시 짓기 수업, 자연물 새롭게 바라보기, 말놀이 동시로 하는 한글 수업, 아침 풍경 그려보기 등 같이 읽고 이런 수업을 하면 좋겠다하는 것들이 잔뜩 떠올랐다. 나조차도 생소한 꽃과 그 꽃말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모자라는 시에서 나온 도토리의 모자도 처음 안 사실이었다. 읽으면서 스마트 폰으로 도토리 모자를 검색하고 도토리 싹이 나는 방향을 찾아보게 되었다. 아 도토리가 이런 비밀을 숨기고 있었구나. 다른 식물들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샘솟았다. 내가 놓친 많은 자연의 비밀들. 자연의 비밀들을 찾아 재미있는 것이 여기있다며 알려주는 해맑은 작가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올 가을엔 나도 도토리 하나를 내리 관찰해야지. 손가락에 도토리 모자를 씌워줘야지. 어느새 사계절 풍경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안의 동시를 내가 느낀 바대로 표현하자면 유치한 말이지만 욕심이 많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의미도 있고, 새로움도 있고, 발견도 있고 따스함도 있고, 위로도 있다. 한 권의 동시집에서 스며드는 드는 동시가 참으로 많다는 것은 독자에게 복된 일이다.

안전지대가 없이 유해 소식과 거친말이 넘쳐나는 요즈음에 예쁘고 고운 말만 전해주고 싶은 어른의 욕심에 딱 맞는 시집이었다.

기뻐의 비밀을 만나면, 기이이이쁘다. 반드시 오고야말 행복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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