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195호 - 2022.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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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의 여운이 삶에 깊게 배일 때가 있다. 이번 창작과 비평 봄호에 수록된 정지아 작가님의 말의 온도가 그렇다.
읽는 내내 자식을 위해 헌신한 부모님과 겹쳐져 마음이 함께 마음이 따듯해지면서도 큰 오빠의 변명 섞인 현실처럼 붙효녀인 내 마음도 차게 시려왔다.

어버이날 수업을 할 때면 종종 당황스러운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은 써야하고 만들라고 하니 만드는 수동적인 감사를 표현한다. 그럴 때면 천년만년 부모님이 건재하실 거라는 완강한 믿음이 되려 큰 상처로 돌아올까봐 굳이 조바심을 내게된다.
살다보면 예기지 않은 일이 원하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맞닥드리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 어른이니까.

아이들에게 일년에 단 하루만큼은 부모에게 받아온 사랑을 보답하게 하기 위해 글로, 그림으로 작은 종이 카네이션에감사를 봉해 보내게 한다.

이렇듯 어버이날엔 타인의 효도마저 챙기는 하는 나이지만,
평소에 무심하기 짝이 없는 딸인 나는 말의 온도를 읽고 한평생 농사로 자식 농사를 지으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

나의 어머니께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바로 답하실 텐데 나는 어머니께서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나하면 곰곰히 생각해 겨우 한 두가지를 유추해보곤 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말의 온도에서 느즈막히 효도를 해내는 그녀가 부럽게 느껴졌다. 봄을 같이 보내고, 밥상을 차려 드리고 말 벗이 되어 드리는 딸의 무심하듯 다정한 시선.
그리고 봄의 꽃 같은 어머니. 자식의 허물을 덮고 최고로만 여겨주시는 어머님의 사랑을 너무 받기만 해왔나 싶어졌다.

올해는 더 많이 찾아뵙고 안부를 물어야지. 엄마의 세월을 늦춰야지. 같이 놀러도 다니고, 밥도 같이 많이 먹어야지. 하고 뒤늦은 반성을 해본다.

눈물이 날만큼 아이같이 좋아하는 남의 어머님을 보며, 나를 응원하고 계실 엄마를 떠올린다.
봄꽃같은 우리 엄마. 화내실적조차 나를 향한 걱정이 묻어나 따뜻하게 울렸던 엄마의 말.

봄에 데워놓은 작품의 온기로 겨울을 보낼 온기를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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