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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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데, 과연 그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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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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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다지만, 아니 에르노의 글감 고르는 선택력은 기가 막히다. <사진의 용도>는 그가 보냈던 밤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매일같이 해는 지고, <밤>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내가 보낸 밤에 대해 그리 뜨겁다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내일 또 돌아올 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 에르노의 생각은 달랐다. 암에 걸려 머리카락이 다 빠진 그에게 각각의 밤은 특별했고, 기록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밤의 기록>은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깜짝깜짝 놀란다. 그가 찍은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벗어던진 속옷부터 시작해서 정말 적나라하게 표현이 된 사진들이 많았는데, 내가 봤을 때 <적나라>하게 보인 것들이 그에게는 <사진을 찍기 위한 설정> 이라 했다. 그에게 있어 사진을 찍는 행위는 그 순간을 완전히 표현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은 날카롭고, 예리하며, 정확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진들이 포함되었기에 더더욱 와 닿았고, 진실되었으며, 현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의 세계를 벌써 4번째 탐구 중인데, 그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확한 표현에 깜짝깜짝 놀란다. 


따라서 아니 에르노의 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확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느끼기까지는 작가와 번역가의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을 거라는 말도. 그래서 아니 에르노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에게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우리말로 번역해준 번역가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나는 앞으로도 아니 에르노의 글을 자주 찾을 생각이다. 그의 정확한 표현이 좋아서. 번역가를 거친 표현마저도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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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장소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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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장소>는 아니 에르노가 답한 인터뷰를 모아둔 인터뷰집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그가 쓴 <글>을 통해서 존재하는 그가 아닌, 직접 <말>하는 모습의 그를 마주했다. 말하는 그는 달랐다. 질문에 대해 거침없이 대답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인터뷰집은 그를 인터뷰한 장소들을 기준으로 나뉘어 있다. 

그 어떤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그의 집부터 작업실 까지, 그가 가감 없이 본인에 대해 오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진정한 장소>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집을 읽으며 장소에 따라 바뀌는 그의 말투와 톤에 다시 한번 공간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그도 시간을 거스르는 공간의 힘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펴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나의 진정한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생각해본다. 나도 그처럼 여러 장소를 진정한 장소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라는 곳만이 나의 진정한 장소일까. 내가 나일 수 있는 진정한 장소. 


이 책을 읽고 나서 찾고 싶어 졌다, 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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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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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비평가, 그리고 <미술 순례자>라고 불리는 마틴 게이퍼드의 특별한 예술 기행을 그린 을유 출판사의 <예술과 비평>은 저자가 19명의 예술가들을 그들의 도시에서 직접 만나 그들의 삶과 예술에 샅샅이 파헤쳐주는 책이다. 각 장 마다 멋진 작품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고, 저자가 본 것과 배운 것을 통해 영감까지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 같이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보러 자주 갈 수 없을 때 함께할 때, 그 기쁨이 두배가 되는 책이다. 


저자가 만난 19인의 세계 중에 내가 가장 궁금했던 세계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세계였다. 작품을 위해 본인의 살점을 자르고 거의 질식에 이르는 상황마저 견딘 그가 궁금했다. 왜 이렇게 자신의 몸을 훼손해가면서 까지 활동을 하는지. 


그녀의 목적은 고통이 아니라 해방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몇 시간을 앉아 있으면 극도로 고통스러워요.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곧 의식이 느슨해지는 순간이 오면서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죠. 전혀 아프지 않아요. 오히려 고통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죠. 마음에 달린 일이에요. 고통은 문과 같고, 그 바깥에는 놀라운 자유가 있어요." P.62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익숙해지기 위해 고통을 선택했다는 말에서 힘이 넘어선 경외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용기에 감탄에 감탄을 더한다. 저런 인사이트가 생기기까지 얼마만큼의 고통과 경험을 쌓아 올렸을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의 말을 곱씹고 삼키고 체화할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큰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나 내가 감히 넘지 못할 산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을 때와 같은 상황 말이다. 그때마다 되뇔 것이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린 일이고, 고통이라는 큰 산을 한번 넘어서면 그 바깥에는 자유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버텨내라고. 진정한 해방을 맛보기 위해 부딪히고 또 부딪혀보자며 나 자신을 다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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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가들 그리고 그들의 세계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도 있었지만, 저자의 말 역시 깊이와 힘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가 써 내려간 글 중에서 단연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 대목이다:


"물론 예술 작품을 정확히 감상하려면 거의 항상 돌아다녀야 한다. 가상의 경험이 아닌 실제 경험, 즉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사람과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깊고 풍요로운 경험이다." P.14


직접 경험해본 자 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라며 그의 멋짐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 책은 특이하게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작가들이 거주하는 곳의 지도를 보여주는데, 그 지도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자가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뿐이다. 예술 작가들은 <뻔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 혹은 그들이 만나자고 했던 장소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넘고 물 건너 <작가들의 장소>를 찾아내고, 그들을 기꺼이 인터뷰하고 말겠다는 저자의 불굴의 의지를 존경한다. 


나는 언제쯤 나의 분야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최고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떤 경지에 올라야 아무렇지 않게 풍요로운 경험은 항상 돌아다니는 것이 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도 책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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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읽어본 미술 책 중 작품과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가장 세세하게 표현한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기 때문도 있고, 또 저자 본인이 작가이자 비평가이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깊이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영감이 둥둥 떠다녔다. 작품을 직접 만든 작가들의 말에서 영감 한 보따리,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한 저자의 말에서 영감 한 보따리.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영감인 내가 작품을 보고 나만의 해석을 덧붙여서 만든 나만의 영감 한 보따리. 이렇게 세 보따리의 영감을 얻고 나니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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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즐거움 - 나를 성장시키는 혼자 웅크리는 시간의 힘
신기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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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시간, 귀에서 "삐-"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조용해진 우리 집. 나는 그때부터 깨어나기 시작하여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되도록이면 조용할 때 해야 하는 것들 -- 일기 쓰기, 명상,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탐닉하기 -- 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밤의 시간에 사로잡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하기도 한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예슬 타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신기율의 <은둔의 즐거움>은 나를 성장시키는 웅크리는 시간의 힘에 대한 책으로, 독자들이 고독이 주는 자유로움과 삶의 깊은 본질을 경험하게 해 준다. 내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왜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준 아주 소중한 책이기도 하다.

<리추얼이 일상의 품격을 높인다>

"어떤 일을 반복하면 그 일이 특별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이런 식의 정서적 반응을 불러오는 일상의 반복적인 행동을 '리추얼'이라고 한다." P.95


- 내가 12시가 넘어서부터 "예슬 타임"을 갖는 것이 바로 나의 리추얼인데,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리추얼이 일상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을 준다고 한다. 맞다. 예슬 타임을 보내고 난 뒤에 늦은 새벽에 잠들어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때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내가 수업이 많아서 정말 바쁠 때 나만의 시간을 사수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을 더 많이 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썩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예슬 타임의 부재가 이렇게 힘 빠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나만의 리추얼을 갖는 것은 삶의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나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강한 힘이 되기 때문에, 매일 같이 반복할 수 있는 리추얼을 만드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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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의 은둔은 내가 해야 할 또 다른 역할로 나를 인도해줄 것이다. 터널 같은 잠시 잠깐 혼자 있는 시공간만 있다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서성거릴 필요가 없다." P.103


- 어제 <유 퀴즈>에서 뤼팽 시리즈를 16년간 번역하신 성귀수 번역가님의 영상을 보았다. 번역가님께서 정말 일에 "미쳐"있을 때 겨울에 작업실을 들어가 봄에 나왔다고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하다 보니 생긴 해프닝인데, 번역가님께서 작업을 하실 때 특별한 루틴이 있었다. 

책상을 "ㄷ" 모양으로 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했는데, 혼자 있는 시간에 좀 더 몰입하여 작업할 수 있게 책상을 빠져나오는 공간을 다 막았다는 것이다. 즉, 작업공간으로부터 나오려면 책상 밑을 기어 나와야 했고, 약간의 불편함이 혼자만의 시공간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져 할 수 있도록 환경 설정에 큰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굉장히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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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면 다른 곳으로 떠나세요. 할 수 있을 때 행복을 찾으세요.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왔도 매 순간을 충실하게 즐겼어요. 사람들이 충고하면 알겠어, 알겠어,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세요.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P.249


나의 버킷리스트인 <제주도 별장 짓기> 프로젝트는 꼭 이루고 싶은 것 중에 하나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없는 별장, 책과 영화, 그리고 음악이 가득한 별장을 지어서 아직 도달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푹 빠져 지내고 싶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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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혼자 수는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을 통해 부디 은둔의 즐거움을 알아주길. 혼자 웅크려 보내는 시간을 통해, 세상과 적당히 멀어지는 연습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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