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다지만, 아니 에르노의 글감 고르는 선택력은 기가 막히다. <사진의 용도>는 그가 보냈던 밤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매일같이 해는 지고, <밤>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내가 보낸 밤에 대해 그리 뜨겁다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내일 또 돌아올 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 에르노의 생각은 달랐다. 암에 걸려 머리카락이 다 빠진 그에게 각각의 밤은 특별했고, 기록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밤의 기록>은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깜짝깜짝 놀란다. 그가 찍은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벗어던진 속옷부터 시작해서 정말 적나라하게 표현이 된 사진들이 많았는데, 내가 봤을 때 <적나라>하게 보인 것들이 그에게는 <사진을 찍기 위한 설정> 이라 했다. 그에게 있어 사진을 찍는 행위는 그 순간을 완전히 표현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은 날카롭고, 예리하며, 정확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진들이 포함되었기에 더더욱 와 닿았고, 진실되었으며, 현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의 세계를 벌써 4번째 탐구 중인데, 그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확한 표현에 깜짝깜짝 놀란다. 


따라서 아니 에르노의 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확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느끼기까지는 작가와 번역가의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을 거라는 말도. 그래서 아니 에르노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에게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우리말로 번역해준 번역가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나는 앞으로도 아니 에르노의 글을 자주 찾을 생각이다. 그의 정확한 표현이 좋아서. 번역가를 거친 표현마저도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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