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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12월에 전우익 선생이 별세했단 기사를 읽었다. 가을에 사무실 근처에서 열린 나눔장터에서 헌책으로 그의 이 책을 사두었는데, 아직 읽기도 전에 작가가 별세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는 청년운동을 하다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징역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그러나 평범한 농사꾼을 자처하는 사람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제목은 책의 내용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에 대한 예찬일 것만 같은 첫인상을 주었지만 실제 내용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전우익 선생이 스님 혹은 보살님께 보낸 서간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잔잔하게 전 선생의 농사짓는 생활과 그때그때의 생각들을 전하고 있다. 서간에 비치는 그의 생활은 소박하지만 그의 생각은 깊이가 있고 넉넉하여 읽고 있는 내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지는 듯 했다.
갈대로 자리를 매면서도, 산수유를 기르면서도, 풀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도 그 안에서 세상사의 깊은 뜻을 찾아내는, 생각이 많은 인물이었던 듯 싶다. 농사꾼이기에 편지의 많은 내용이 농사이야기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을 세상사에 빗대어 비뚤어진 현재의 가치관과 이치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통탄하고 있는 식이다.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가고 생각에 잠기게 했지만, 한편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음을 고백한다.
세상이 잘못되어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면에서 작가와 나는 같은 자리에 서 있지만, 작가는 세상을 더 걱정하고 나는 그저 내 몸하나 편히 누일 걱정만 하는 그 시선에 너무도 큰 차이가 느껴져서.
어쨌거나... 뒤늦었지만 고인이 된 작가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