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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이블 ㅣ 블랙 캣(Black Cat) 5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 이라기 보단 "추리물"이란 것들을 좋아한다. 그 놈의 궁금증 때문에 끝을 꼭 봐야 하는 성미인지라 TV 추리물은 단막극이든 만화영화든 가리지 않고 넋을 놓고 보곤 한다.
독자들의 리뷰를 읽다 구매충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르가 바로 이 추리소설이 아닌가 싶다. 몇 안되지만 여지껏 읽어온 아가사 크리스티 혹은 홈즈 시리즈 같은 추리소설류들은 다행히 두께도 얇고 가격도 가벼워 쉽게 구매버튼을 누를 수 있었지만, 그러나 두 번 읽을 일이 없을거란 생각에 결국 내 장바구니에서 삭제되곤 했다.
내가 사 본 추리소설 중 가장 두꺼운 책이 바로 이 "폭스 이블"일 것이다.
독자 서평이 아주 좋아 기대를 하고 읽어서인지 내게는 빨리빨리 책장이 넘어가는 편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두께에 지레 질렸을지도. 하지만 후반으로 가서는 급박한 전개에 맞추어 나의 호흡도 빨라져 갔다.
폭스 이블은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작가가 제목으로 이 이름을 쓴 것을 보면 등장인물들의 이름, 특히 "여우"와 관련된 이름이 사건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암시할 것이라 예상했다. 읽는 내내 누가 범인일까? 폭스 이블은 이 가족과 어떤 관계일까? 별별 상상을 다 해가며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아 본 나는 결국.......헛다리만 짚었다.ㅋㅋ
"여우"를 계속 연상하게끔 하는, 그래서 연결고리를 가진 걸로 믿게 만드는 이름들과 여우사냥에 대한 신문기사 인용 등은 결국엔 작가의 교묘한 -그리고 성공적인-속임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범인이 그 연결고리를 이용한 것이긴 하지만 그 범인조차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므로.
그리고 범인을 찾는 독자와의 게임에서도 작가는 완승을 거두었다...적어도 내게는. 눈에 불을 켠 독자들이라도 방심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지만 뒷 부분의 설명이 미흡하거나 생뚱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못한 반전이나 충격적인 결말을 내심 바랬었는지...책을 읽고 난 다음 시원한 느낌은 덜했다. 내가 이미 김전일의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라는 거만한 목소리와 과장된 몸짓에 길들여진 결과일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