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똥 책속의책 그림책
이정호 지음, 최희옥 그림 / 책속의책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쾌하고 재미난 그림에 흐드러지고 구렁이신 이야기에 가무러치는 아이와 즐겁게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곰엉덩이 달걀 네 개, 🐻‍❄️ 얼음할머니 식혜 한 통 주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댁의 뜨끈한 구들장 속 왁자지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겨울에만 문을 여는 비밀스럽고 정겨운 아랫목 찜질방! 꼬수운 먹거리와 얼음 동동 식혜가 한가득! 혹한의 찬바람에 몸과 마음이 꽁꽁 언 친구들이 있다면 외투고 양말이고 훌러덩 벗어던지고 『겨울 이불』 속으로 오세요. 포근한 솜이불 사이에 차려진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포근한 눈송이가 곰 머리 위에 소복이 쌓였는데 만져보니 솜사탕 마냥 보드랍고, 찐빵 마냥 따뜻합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겨울에 이불에만 핀다는 아궁이 꽃 한 송이와 닮았다! 6세 아이는, 이 책이 너무 둥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둥그레진다고 하네요. 겨우내 내리는 얼음은 쭈뼛하게 날이 선 가시 꽃 모양이지만 금세 녹아 동그란 물방울이 되는 기화처럼, 으스스 떨었던 우리네 몸과 마음이 뜨끈한 열이 되어 따뜻한 온정이 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녹녹히 퍼집니다. 


너무 재밌다. 🥰 너무 귀엽다. 😚 너무 맛있겠다. 🤤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겨울 이불』. 추위를 녹이는 맛있는 상상력으로 소한의 얼음을 녹이듯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지금 모험 중 - 생리와 성에 관한 진짜 솔직한 이야기
이도이아 이리베르테기 지음, 성초림 옮김, 손경이 감수 / 키다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 우리는 지금 모험 중

생리와 성에 관한 진짜 솔직한 이야기❤️


나의 첫 생리는 언제였더라. 기억을 떠올려보면 2002년 카드대란이 우리 집 기둥을 강타했을 때 내 책상과 침대 안방 가구들에 빨간 딱지가 붙은 날. 나는 첫 생리를 시작했다. 잊을래도 잊을 수 없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나는 내 인생 첫 눅눅하게 충혈된 부도를 경험한 것이다. 굉장히 불쾌하게 멍든 나의 첫 치욕, 나의 첫 여성성 생리. 지금 생각하면 고작 14살, 집 안에는 아무도 없고 불 꺼진 거실에는 오로지 화장실에서 세어 나온 주황빛만 감돌 뿐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현실을 뚫고 나는 대충 휴지로 봉합한 다리 사이를 따뜻한 물로 달래고 기저귀 족쇄를 채워 누워있었다. 생리통이 고역이었는데 자궁은 이제 태어난 신생아처럼 자꾸 어미인 나를 긁어대고 위는 밥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지옥이 따로 없는 매미소리는 들을 수 없었던 다 죽어가는 아파트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우리는 지금 모험 중> 이 책은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한 두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염없이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INFP인 나와는 달리 텔마과 클로에는 솔직하고, 당당하고 유능하고 유쾌했다. 심지어 그들을 에워싸는 주변인들마저! 아이들에게 2차 성징이라는 우주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들 주변에 괜찮은 어른 한 둘은 있어줘야 한다. 어른이 꼭 현자는 아닐지라도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니까 적어도 그때의 '나'처럼 외롭고 배고픈 '처음'은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서 유쾌하지 않으니. 


<우리는 지금 모험 중> 부모 표 성교육 교재로 탁월한 책이다. 무엇보다 재밌다. 읽는 내내 텔마과 클로에는 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14살 그때의 나를 어루만져 주고 위로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가령 

내가 생리 이야기를 하자마자 클로에가 제일 처음 한 말은 이거야.

『당장 울음 그쳐, 시스터』

『별일 아니잖아, 난 또 누구랑 싸웠나, 집에서 혼났나 걱정했잖아. 생리를 시작한 거라면, 그건 뭐 어쩔 수 없잖아 가자.』 p9


엄마, 아빠가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과 친구가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거든. 그러니까 어렵지 않게 교과서적이지 않게 간단명료하게 생리를 하게 된 것을 '괜찮아'라고 말해준다. 이렇게 쿨하고 친절할 수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라는 코너로, 생리통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소염 진통제에 대한 정보, 다른 10대 아이들의 생리 경험, 생리통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목차를 보면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겪는 생리 때마다 새로운 테마가 시작되는데 첫 생리부터 성생활, 결국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는다. 내 몸의 안팎으로 생리나 친구 남자친구와의 관계, 성 문제로 시끄럽고 어지럽더라도 네 모습을 잃지 말고, 천천히 스스로 준비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매 순간을 즐기라는 꿀팁. 나도 늘 아이에게 말하지만 그렇다. "서두를 것 없어."


87페이지에 얇은 두께에 아이 스스로 꺼내기 힘든 이야기, 친구와도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다가가 먼저 꺼내준다. 말이 많지도 않고 잘 들어주는 듯하면서도 핵심을 간파해 필요한 정보들을 알차다. <우리는 지금 모험 중> 미약한 어른이 된 나 역시 늘 모험 중이다. 이제 아이와 함께 떠나는 몸에 대한 모험, 탄생에 대한 여정, 그리고 가족과 사랑에 대한 에필로그를 천천히 그려내볼 생각이다. 멈추지 않을 모험을 꿈꾸며. 그게 언제냐고? 우리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엄마, 엄마 첫 생리는 어땠어?" 또는 "엄마, 여자는 생리를 한다는데 생리가 뭐야?"라고 물어본 그 어느 날. 

별일 아니잖아, 난 또 누구랑 싸웠나, 집에서 혼났나 걱정했잖아. 생리를 시작한 거라면, 그건 뭐 어쩔 수 없잖아 가자.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1 - 반짝이는 돌멩이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1
지은지.이민아 지음, 유영근 그림 / 아르볼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글 지은지, 이민아·그림 유영근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1 : 반짝이는 돌멩이》


'어느 날, OOO가 되었다.' 어린이 시리즈물에도 등장한 타임 슬립, 이계 진입물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그런데 하필 어느 날 중에서도 조선 시대라니, 초등 신분인 내가 노비라니! 거 작가 양반 너무 심한 거 아니요? 갑자기 암흑 물로 전략해버린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1편! 시작과 동시에 깜짝 놀랄 초깃값 설정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호기심이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엄마와 사는 초등생 시혁이가 우연히 발견한 돌멩이로 인해 조선 시대로 노비 개똥이로 빙의되면서 펼쳐지는 조선판 초등 노비 활약극 입니다. 


가상의 조선 시대 속에서 호감도를 올리면 보상을 받고, 자신을 이 세계로 이끈 돌멩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이야기의 형태는 <천석 마을>이라는 던전에서 노비 플레이어로 입성한 개똥이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 인성과 마음의 성장의 보장을 얻는 일종의 소년 성장물로 보입니다.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이 책이 참 좋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어휘력 상승에 도움이 되었어요. 조선의 한양 마을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기와집, 종놈, 면천, 대장간, 산으로 나무 패러 간다 등의 표현을 아이는 처음 만나게 된 거죠. 저는 아이들과 책을 고를 때 교과 확장에 다른 책을 선호하지 않아요. 반드시 학년에 맞는 어휘를 답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통해 어휘를 확장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6세 아이가 읽는 책으로 조금은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고 또 읽었습니다.


개똥이가 유명 과학자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책 중간중간 깨알 같은 과학 상식을 재미를 더해줍니다. <색팽이 만들기>, <조이 트로프 만들기>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생각하고 만들기를 하면서 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기억하는데 좋은 체험 방법인 것 같아요. 


후다닥 읽히는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늘 배고파하지만 당찬 노비 생활에 적응해가는 우리의 개똥이는 보고 싶은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한번 노비는 영원한 노비라는데 흑돌을 되찾고 최종 퀘스트를 통과하면 보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그 뒷이야기가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지는 이 책! 방학 동안 아이들과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이시라면 혹한기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어떠실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트와 그림자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29
안리오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AAU 스프링쇼* 어린이책 부문 1위 *Academy of Art University Spring Show

★ AAU 스프링쇼 심사위원상 

★ CQ49* 일러스트 입상 *Creative Quarterly


복슬복슬한 금색 곱슬머리에 땡그란 눈,

발그레 두 볼이 사랑스러운 피트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에요.


친구들과 헤어지고 혼자가 되면 그림자를 너무 무서워하죠. 특히 피트 자신의 그림자를요! <피트와 그림자>는 그림자처럼 점점 커지는 두려움을 이겨 낸 소년 피트 이야기입니다. 피트는 알까요? 점점 커지는 그림자만큼 자신의 키도 용기도 그만큼, 아니 두 배로 자란다는 것을! 일찍이 자기 그림자를 가지고 연극놀이를 하며 자란 우리 집 아이는 '자기 그림자가 무서울 수 있어요?'라며 '어린 동생들은 참 많은 게 무서운 가 보네' 하며 귀여운 형 노릇을 하는데 웃음이 났어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 피터팬의 에피소드 중에 피터팬은 그림자를 잃어버려요. 그림자를 찾아 날아든 집에서 웬디 달링을 만나게 되고 웬디가 그림자를 피터팬의 발에 단단히 꿰어줘요. 피터팬은 자기자신으로부터 분리돼 버린 그림자를 잃고서 큰 상실감을 느끼지만 웬디의 도움으로 분열된 자기 그림자를, 감정을 되찾는 장면은 그림자는 마치 형체가 있어 볼 수 있으니 느낄 수 있는 영혼 같아요. 심리학에서도 그림자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피트와 그림자>에서 피트는 '나를 쫓아다니는 무서운 존재'로 느끼는 것을 보았을 때 어둠에 대한 콤플렉스 또는 자신의 일부임에도 그 형태로 인해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분석심리학의 창립자 칼 구스타프 융은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자신의 그림자를 자각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요. 그리고 그림자를 방치하는 삶보다는 그림자를 보살피는 삶이 더욱 슬기로운 마음 챙김의 비법이라고 말하죠. <피트와 그림자>이 동화책은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아이답게 풀어낸 책으로 보여요. 그리 무서워하는 그림자를 대면해 보니 상상했던 것만큼 무섭지 않았고 나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가능성과 잠재력, 창의력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자신임을 발견하죠.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에게 늘 서툴고 미성숙합니다. 어른도 그렇고 아이도 그래요. 아이들 속에 있는 '나'는 밝고 긍정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 속에 '나'는 어렵고 불편해서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음영의 나를 발견하고 억압과 외면보다 이해와 받아들임의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우리로써 미성숙하지만 인간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 동화책에 심리학까지 너무 지루한 감상문이 되어버렸네요. 혹시 내 아이가 자신의 그림자를 무서워한다면 <피트와 그림자> 이 책을 추천해요. 혹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이 궁금한 아이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안리오 작가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도 감상하고 스스로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이 가장 추천하는 이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