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 - 1919, 1949, 1989
백영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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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우리나라 현대사도 잘 모르는 내가 중국의 현대사를 왜 궁금해할까?

중국은 결코 먼 나라가 아니고, 우리나라와 상관없는 나라도 아니다.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 가지 사건》1919, 1949, 1989년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일까?

뉴스로 전해 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 천안문 사태. 그것도 자세히는 모른채 텐안먼 정도만 아는 수준인채로 이 책을 읽어본다.

 

1919년 5.4운동,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1989년 톈안먼운동

무엇 하나 익숙한 이야기가 없다. 세 가지의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중국 현대 '100년의 변혁'을 재현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씀처럼 그렇게 세세히 나열되고 알게 되었지만, 결코 녹록한 책은 아니었다.

흥미롭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 사건들은 모두 톈안먼을 중심으로 이뤄져 오늘날 중국사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 저자는 이 세 사건을 꿰뚫어 이런 시각에서 1919년을 ‘신청년과 각계민중연합의 시대’로, 1949년을 ‘당과 인민의 시대’로, 1989년을 ‘군중자치의 순간’으로 파악한다.
이 책이 중국현대사에 대해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개설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저자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개설서라고 하기에는 문외한이어서 그런지 매우 양이 방대하다. 그 세월이 방대하므로 어찌 짧은 마디글로 다 될 수 있겠는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올해 2021년 결코 중국을 빼고 세계 모든 구석구석을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 된 중국의 현대사 이야기는 읽기 전부터 흥미진진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정말 중국공산당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인가? 우리는 세계 정세 속에서 중국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분단 국가인 우리가 중국과 함께 해서 갖게 될 성공적인 교류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면의 기대를 안고 읽게 된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 가지 사건》이었다.


100년의 변혁’을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약칭 ‘이중과제’)이라는 사유의 틀에 바탕해 서술한다. 근대에 성취함직한 특성뿐 아니라 부정해야 할 특성도 있으므로 근대적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근대극복을 겸하지 않을 수 없고, 근대극복 또한 근대적응을 겸해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근대적응와 근대극복을 있을지의 문제도 이런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그것의 근본을 먼저 파헤쳐 알게 되었을 때 우리와의 관계도 이롭게 우리에게 득이 되게 이루워질 것을 알 수 있었다.


1919년 5월 4일 일요일 오후 2시, 베이징의 톈안먼에서는 정부의 외교정책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 저자는 이를 전후하여 시작된 5.4운동기가 자각된 지식청년, 곧 ‘신청년’이 이중과제 수행의 주체로 부상한 시기라고 파악한다. 그들이 톈안먼에서 형성한 저항의 의례는 중앙정부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의를 대변하는 관행 혹은 운동으로서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1차대전으로 노출된 유럽문명과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에 더해 신해혁명의 굴절, 곧 공화(혁명)의 위기도 중첩해서 경험했기에 낡은 정치, 심지어 국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신문화를 통한 발본적 변혁을 추구했고, 그 추동력을 자각된 개인들의 자발적 결합체인 소단체에서 구하려 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개인과 국가의 이분법을 넘어 민주적 집단주체가 사회를 발견하고 개조하는 길이자, ‘세계적 공리’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했다.

 

국민회의 구상에는 직능집단 외에 국민당과 공산당 같은 정당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국민회의 구상을 제도화할 능력, 가장 중요하게는 군사력을 갖지 못하는 한 외부 세력 특히 혁명정당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국.공 양당이 국민국가 건설을 추구한 과정에서 드러낸 ‘해방과 억압의 양면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1949년 10월 1일 톈안먼은 다시 축제의 장이 되었다. 10월 1일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로, 매년 톈안먼에서 경축의례가 거행되고 있다. 이날 선포된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이 신민주주의사회로 진입했음을 의미하는바, 그 주체는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 ‘인민’, 곧 노동자.농민.소부르주아지.민족부르주아지의 계급연합체이다. 그들은 연합정부와 혼합경제를 신민주주의사회의 핵심으로 추진했다.


사회주의로의 전환을 앞당기려는 마오쩌둥 노선이 신민주주의사회 단계를 좀더 유지해야 한다는 류사오치 노선과의 대립에서 승리함으로써, 그 긴장은 지속되지 못한 채 1950년대 중반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단일과제로 해소되고 말았다. 중국이 이처럼 세계체제로부터 배제당한 조건에서 사회주의적 본원축적을 추진함으로써 근대적응의 과제를 수행할 물적 기반이 구조적으로 제약되었으며, 국가와 민의 협치나 자생 능력을 갖춘 민의 결집을 위한 물적 토대가 약해지고 말았다. 여기에 농민이 참여한 것은 5.4운동이나 톈안먼민주운동과 확연히 다른 특성이다.

1989년 봄, 톈안먼은 다시 저항의 장소로 바뀌었다.  근대적응을 위해 성취해야 할 특성들을 어디까지 추구할지, 즉 경제적 차원에 국한할 것인가 아니면 사상과 정치제도 등의 차원까지 확대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청년, 학생과 지식인들 사이에 구미를 모델로 한 근대성의 지표들을 추종하려는 욕구가 급상승했고 여기에 중국혁명과 사회주의적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사회주의적 민주’에 대한 열망이 뒤얽혔는데, 이들이 이 중층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톈안먼에 모여 5.4운동의 기억을 되살리는 저항운동을 벌인 것이 톈안먼운동이었다. 이는 지구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확산에 대응한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 국내 차원의 변화가 중첩된 결과였다.


톈안먼운동은 물론 실패했지만, 1989년에 군중연합의 형태로 표출된 ‘민의 자치와 결집의 경험’은 이중과제를 수행할 주체가 잠시 나타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중국이 민중의 입장에서 자본주의의 대안과 ‘더 좋은’ 민주주의를 모색하려면 1989년에 잠깐 보였던 ‘민의 자치와 결집’의 의의와 한계를 정면으로 대면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실패했어도 그 의미에 있어서 결코 도약을 하는데 있어서 발판이 된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에 중국현대사와 미래를 위한 안목에서 무시할 수 없는 행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모순이 응결된 핵심현장의 하나인 한반도 남북이 분단된 상태를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며 평화적으로 극복한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좀더 평화롭고 생태친화적이며 인간다운 체제를 한반도에서 수립한다면, 평화와 공생의 동아시아를 위한 선순환의 촉매가 될 것임은 물론이고 세계체제의 변혁에 일정하게 기여할 것이다. 그럴 경우 중국이 보는 한반도의 비중은 한층 더 커질 것이 확실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물적 기반의 변화에 대응해 인민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나라다스리기’(거버넌스)의 개편에까지 생각이 미쳐봄직하며, 여기에 덧붙여 나라다스리기의 새로운 체계를 구상하고 실천할 때 정치적 효능감을 보장하는 인민 개개인의 자발성도 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촛불혁명으로 그 모습이 드러나고 팬데믹 시대를 맞아 강조되듯이, 국가의 개입을 촉구하는 동시에 그런 개입 자체에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민주주의적 집단주체성의 메커니즘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유가 있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국가의 개입은 있어야 하고, 특히 지금처럼 팬데믹 시대에 더욱 개인보다는 집단, 단체, 국가의 안전을 위한 시점에 더 그러하다고 본다.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 가지 사건의 1919 1948 1989년을 보는 것은 결코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에 얽매이라는 이야기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 것이다. 반복되어온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들을 꼼꼼히 복기해봄으로써 실수를 줄이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 가지 사건》을 읽으면서 한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말해주는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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