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소망상자 바보바보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새해에도 날마다 반성의 칼로 내 영혼을 저미겠다. 상처받지 않는 자는 변화되지 않는다. 내가 변화되지 않으면 세상도 변화되지 않는다…내가 보답할 수 잇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독자분들이 오로지 마음으로만 내 글을 읽어준다면 절로 영혼과 인생이 맑아질 수 있는 글을 쓰겠다. 피눈물을 흘리며 불면으로 밤을 지새우겠다.”(‘홈페이지에 쓰는 송년일기’중)

‘바보바보’는 천재, 기인, 광인 등으로 불리며 30년 넘게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일구어온 소설가 이외수의 에세이 집이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과 사람, 세상사를 통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글마다 직접 색연필로 그린 그림들을 함께 담았다.

위의 글에서는 자신을 ‘원고지 기생충’이라고 말하고 있는 그의 치열한 삶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육신의 고통이나 흔들리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초지일관 생명을 바치는 듯한 글쓰기를 계속해온 한 작가의 소명감이 마음을 흔든다.

그래서 이 책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문학에 대한 타오르는 열정이 숨쉬고 있고 세상을 보듬는 따스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또 감정에 둔감하고 시심이 메말라 있는 사람들에게 문학과 예술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그는 “한때 세인들이 그를 지칭하던 기인에서 평범한 시정잡배로 돌아왔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세상과 조화하는 삶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껏 읽어 본 그의 책은 ‘꿈꾸는 식물’뿐이다. 고등학교 때 우리 집 책꽂이에 꽂혀있었기 때문에 무심결에 읽은 것이다. 지금 생각나는 줄거리는 이렇다. 음울한 사창가가 나오고 운명에 짓눌린 비인간적인 삶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공간, 그 지옥 같은 현실이 싫었던 주인공은 휘발유를 잔뜩 주입한 탁구공으로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린다.

이 무렵 그의 삶은 거칠고 음울한 작품세계처럼 현실과 조화를 이루기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현실을 잊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지 않았을까. 그런 그가 이제는 현실을 커다란 양팔로 안으려고 부단히 힘쓰고 있는 것 같다.

독특한 색연필 그림이 더해진 일상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편안해 술술 읽힌다. 그래도 그 속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치열한 글쓰기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가 빠지지 않아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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