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는 왜 유명할까? - 걸작으로 보는 서양미술사
아멜리아 아레나스 지음, 정선이 옮김 / 다빈치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왜 그렇게 유명한 것일까. 1503년 그려졌다는 이 초상화는 오늘날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모나리자’를 다루는 영화, 책, 광고, 각종 상품들 등 헤아릴 수 없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미(美)의 코드’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모나리자와 관련된 소식은 늘 앞다투어 보도하며 끊임없이 화제를 낳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모나리자가 아주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데 말이다. 그저 조금 풍만한 몸집에다 편안한 얼굴을 한 중년 아줌마라고만 생각했다. 더욱이 그녀가 입은 검정색 계통의 옷 때문에 왠지 고리타분해 보였고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 또한 모나리자를 그저 미술사를 장식한 멋진 초상화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고 아름다움이나 신비성 면에서 모나리자를 능가하는 작품이 많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왜 모나리자가 최고 걸작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저자의 설명에 나는 ‘아, 그렇구나’하고 무릎을 치게 됐다.

“모나리자를 직접 눈으로 보면 아무래도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 읽었던 책, 전에 보았던 티셔츠와 수많은 잡지 광고 등이 떠오른다. 그런 소문과 학문적인 연구 그리고 로맨틱한 공상이야말로, 그림 표면의 섬세한 균열과 수세기를 거치며 들러붙은 먼지보다도 더, 그림 보는 눈을 가로막기도 하고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은 그 자체의 예술성이나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사람들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수긍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에 똑 같은 사람이 없듯이 엄밀히 말하면 똑 같은 감상이나 관점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예술작품은 단답형 질문에 긍정이나 부정으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 많은 해석과 논의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모나리자’뿐 아니라 모네의 ‘수련’, 고흐의 ‘빈센트 의자’, 뭉크의 ‘절규’,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 서양미술사에 빛나는 10여 점과 관련한 이야기들로 책 한 권을 묶었다.

이 책은 2백 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명화들을 많이 삽입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로 활약했다는 저자는 자신의 이력을 충분히 살려 흥미 있는 걸작들을, 어려운 설명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고 있는 점이 장점이다. 또 걸작 하나를 소개하면서 역사적인 사실과 여러 가지 해석들을 충실히 소개한 뒤 자신이 가진 의문과 나름대로의 견해와 추측을 자유롭게 밝히고 있어 여러모로 유용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자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 손 쉽게 책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많은 작품을 다루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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