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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단련하다 - 인간의 현재 ㅣ 도쿄대 강의 1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전방위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미덕은 지식의 전체상을 조망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편향된 지식 습득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함과 동시에 지적 불균형을 바로잡으라는 일침이다.
‘뇌를 단련하다’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쿄대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의를, 4년에 걸친 첨삭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우선 전반부에서는 예전에 비해 교양 공부를 소홀히 하는 대학생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꼬집는다. 이것은 대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제기되는 우리 사회와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장기적인 경제불황과 극심한 취업난이 학생들을 취업공부로만 내모는 이유도 있다. 그대도 그야말로 치열한 입시 전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공부를 너무 안 한다는 지적에 즉각 반박할 만한 대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내 대학생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입시 전쟁을 벗어난 뒤 맞이한 춘삼월의 캠퍼스는 자유와 낭만 그 자체였다. 당연히 수업은 뒷전이었다. 사회과학대학에 다녔던 관계로 우리 과는 정치적 문제를 둘러싼 학생운동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데모 한다고, MT 간다고, 족구를 한다고 수업을 빠졌다. 술자리와 미팅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화에 흠뻑 젖어 있다 신입생 시절을 보내고, 복학 한 뒤에는 학교 수업보다는 취업문제가 우선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대학 입학할 때만 해도 뭔가 여러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하고 진정한 지성인이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말이다.
“흔히 사람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은 스무 살이 지나면 자기 뇌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자의 이 말은 지금 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할 수 있을 때 공부하지 않았고,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절실히 느끼는 하루하루다. 그래도 아직 30대니까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 분명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위안한다.
다카시는 현대 사회가 자연과학 위에 구축되어 있고, 실제 그것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현대 문명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구체적인 통계 수치나 자료를 제시하며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대학생들의 지식이 중학생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자신의 대학시절 경험은 물론 다각도에 걸친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한다. 이것은 뇌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통해 20대에 왜 많은 교양을 쌓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나아가 폴 발레리의 문학이나 최초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등에 강의하며,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이 서로 따로 떨어진 길을 갈 것이 아니라 서로 인정해 주고 만나가야만 총체적인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이나 과학과 담을 쌓고 지내왔던 내게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조차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렵다는 편견과 함께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카시의 강의는, 내 자신이 지식이 얼마나 치우쳐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하고, 자연과학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자극을 주었다.
다카시의 식을 줄 모르는 지적 탐구심과 다방면에 걸친 저작들은 언제나 강렬하게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