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책’. 출판사에서 책 표지에 달아놓은 이 문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책은 소로우가 1845년(28세)에 미국 매사추세츠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손수 집 한 채를 지어 2년2개월 동안 홀로 산 삶과 사유의 기록이다.

소로우는 명문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지만 탄탄대로를 뒤로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을 벗삼아 글을 쓰며 일생을 보냈다고 한다. 또 그의 이력에서는 21살 나이에 진보적인 학교를 설립해 운영한 일, 세금 납부 거부한 일이 계기가 되어 쓴 ‘시민의 불복종’, 에머슨이나 월트 휘트먼과 만남 등이 눈에 띈다.

소로우는 말한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것인가?”

소로우는 농장이나 주택, 가축 등을 유산으로 물려 받은 젊은이들이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 ‘흑의 노예’가 되는 삶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나아가 인류가 문명의 발달함에 따라 점점 물질에 대한 욕심에 사로잡혀 만족할 수 없고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문명의 비극을 꼬집는다. 아울러 사람들이 한결같이 성공적인 삶에만 매달리는데 현실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며 “문명인이란 보다 경험이 많고, 보다 현명해진 야만인일 따름이다”라고 단정한다.

그래서 소로우는 허위의 세상을 뒤로한 채 스스로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길을 시험하기로 작정하고 월든 호숫가를 찾는다. 손수 통나무로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호수와 숲의 동식물을 친구로 삼아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생활한다. 이를 통해 적은 노력을 들여도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소박하고 현명하게만 산다면 일은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소로우가 전하는 메시지는 대부분 ‘숲 생활의 경제학’이란 머리말과 ‘맺는 말’에 압축되어 있다. 나머지는 월든 호수의 환경, 다양한 서식 동식물, 계절 변화 등과 교감하고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면밀히 관찰한 생생한 생태 보고로 이루어져 있다.

소로우는 스스로 ‘환경주의자’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소박한 생활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오늘날 목소리만 높이는 열혈 환경주의자보다도 더욱 ‘환경 사랑’을 일깨운다. 더욱이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환경운동보다 훨씬 앞선 선견지명을 보여준다.

“우리는 기독교를 단지 진보된 토지개간 방법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말하고 있듯이 세속화되어가는 기독교를 비판함과 동시에 인도나 중국 등 동양의 철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평생 동안 흰두교의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 기타’에 심취했다고 하며, 이 책속에서도 자주 공자나 인도 성자들의 명언이 인용되어 있다.

그는 탁월한 작가이기도 하다. 월든 호숫가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예리한 눈으로 관찰해 기록하고 있으며, 탁월한 감정이입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그의 사상에서 한가지 공감할 수 없는 대목도 있다. 그는 흑인 노예제 폐지를 비롯해 인류에 구제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종과 종교에 대한 얼마간의 차별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우리가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아랍인보다 우수한 만큼만 우리의 가구도 다양해져도 좋다고 인정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55쪽)라는 문장에서 볼 때 전 인류를 끌어안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잘못된 고정관념은 지금이라도 버리는 것이 낫다. 아무리 오래된 사고방식 혹은 행동방식일지라도 증명되지 않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오늘 모든 사람들이 진리라고 받아들이고 묵과한 것이 내일에는 거짓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17쪽)

★과거에 해놓은 일만을 가지고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고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인간이 시도해 본 것은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다.(20쪽)

★’자발적 빈곤’이라는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인간 생활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관찰자가 될 수 없다.(26쪽)

★나는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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