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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음 / 이레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물은 왜 짠가? 가난에 찌들어 사는 모자(母子)가 설렁탕집을 찾았다. 둘은 가세가 기울어 헤어져야 하는 마당이었다. 중이염을 앓는 어머니는 고깃국을 먹으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하지만 굳이 아들을 위해 설렁탕집을 찾은 것이다. 얼마 후 설렁탕이 나오고 아들이 몇 숟가락을 떠먹었을 때 어머니는 주인을 부른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짜서 그러는데 국물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주인이 기꺼이 국물을 가져다 주고 돌아서자 어머니는 주인 몰래 아들의 투가리(뚝배기의 사투리)에 국물을 부어주는 것이다.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목격한 아들은 가슴이 찡하고 저절로 솟아나는 눈물을 억누를 길이 없다. 그래서 작가에게 눈물은 짠 것이다.
<눈물은 왜 짠가>는 함민복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이 책을 만난 것은 부산에 있는 한 여류시인의 권유 때문이었고, 그 덕분에 함민복 시인을 알게 된 기쁨은 더욱 커다. 책을 읽으면서 시인은 정말이지 언어의 마술사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한 삶이 시인의 눈에 투영되면 아름다운 빛깔을 뽐냈다. 사물의 정곡을 찌르는 관찰력과 그것을 때로는 정감 어리게 때로는 담담하게 빚어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시인은 강화도 서쪽 바닷가 버려진 농가에서 살고 있다. 그곳 사람들과 배를 타고 망둥이를 잡고 농사를 짓는다. 그 부대낌 속에서 순박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글로 토해내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일상은 ‘안빈낙도’ 같은 유유자적함과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세상에서 만져본 가장 큰 돈이 이백 만 원이며, 끊임없이 글쓰기에 대한 압력을 감내하고 살아간다. 책 속의 이야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어떻게 하면 어미니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드릴까 하는 마음이 책 전체에 배어있다.
문장의 대가 김훈은 그의 삶과 글에 대해 “그의 가난은 ‘나는 왜 가난한가’를 묻지 않고, 이 가난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가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가난하다고 불평하거나 한탄하지 않는다. 가진 것 없는 현실을 그저 담담히 받아들인다. 물질적으로는 지독한 결핍을 겪고 있지만 거기에 속박당하지 않는다.
책 속에는 이밖에도 기계를 싫어하지만 생존을 위해 공고를 선택했던 일, 첫사랑에 대한 추억, 뒤늦게 시를 공부하기 위해 들어간 대학생활,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의 사연 등이 시구 같은 간결한 산문들로 담겨 있다.
시는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에게 우리 시와 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책이었다. 이제 우리 작가들이 쓴 시와 에세이를 가까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