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혼 사마천
천퉁성 지음, 김은희. 이주노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제목부터 강렬했다.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힘이 있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역사가 중 한 사람인 사마천의 삶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사마천은 한(漢)나라의 절대 황제 한 무제(기원전 141~87)가 천하를 쥐락펴락하던 시대를 살았다. 중국 용문에서 역사가 집안에서 태어난 사마천은 공자의 ‘춘추’에 버금가는 역사서를 완성하겠다는 아버지 사마담에 의해 철저히 훈도를 받는다. 사마담은 아들이 어려서부터 동서고금의 학문을 모두 통달할 수 있도록 지극정성으로 지원하고, 사마천이 20세부터 위인들과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전국을 여행하도록 한다. 아버지는 사마천에게 영원한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다.

사마천의 뛰어난 재능과 깊은 학식은 시나브로 세상에 알려졌고, 나이 서른에 천하를 군림하던 무제의 부름을 받고 조정으로 진출한다. 사마천은 먼저 왕의 사자로서 따라 남방 오랑캐들을 차례차례 한나라에 복속하도록 한 뒤, 이를 계기로 무제의 총애를 받으며 줄곧 왕을 수행하게 된다. 이어 아버지 사마담의 죽음을 계기로 사마천은 대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아버지는 아들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자신의 장례식을 치를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역사서를 저술하해 자손만대에 이어질 위업을 이루는데 매진하라고 유언한다.

사마천 일생 최대의 불행과 치욕은 무제가 흉노 토벌과 대규모 공사 등으로 국운이 기울어가면서 찾아온다. 무제가 흉노 토벌로 속을 썩이고 있을 무렵, 이능(李陵) 장군이 흉노의 대군과 맞서 싸우다 포로로 잡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정 간신들은 이릉에게 비난의 집중포화를 쏟는 가운데 사마천 혼자 용감한 이능을 칭송하고 변호했다. 이에 격분한 무제는 48세의 사마천을 ‘궁형(宮刑)’에 처해 거세해 버린다. 사마천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굴욕을 겪으며 자살을 생각하지만, 역사서를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치욕을 눌러 참는다. 역사의 수많은 영웅들은 재난을 자기 단련의 동력으로 삼아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계발하고 공적을 세웠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130권에 달하는, 중국을 대표하는 역사서 ‘사기’는 탄생한 것이다.

지은이 천퉁성은 처음으로 사마천의 전기를 집필했다. 사기는 방대하지만 사마천 자신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아, 지금까지 사마천과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평전이었다. 이 책의 강점은 사마천의 탄생부터 사기를 완성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써, 위대한 역사가의 일생을 한눈에 헤아릴 수 있는 점이다. 또 부족한 자료에다 적절한 허구(그러나 정확한 자료과 기록을 통해 추정)를 가미해 사마천의 일대기를 부족함이 없이 복원한 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자와 굴원 등 고대 중국 위인들의 일화와 만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사마천의 삶이 주는 미덕은, 어떠한 역경이 닥쳐오더라도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인내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후세에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태어나 천차만별의 삶을 살다 간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위대한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맹렬히 삶을 연소해 가는데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