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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의 성
헬렌 피셔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 물음에 대해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49년 발표한 '제2의 성'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여성은 경제 및 사회적 세력들의 산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류학자는 헬렌 피셔는 단호히 여성이 제1의 성이라고 말한다. 나름대로 보부아르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21세기 여성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은 희망에서 출발했다고 생각된다.
그는 여성이 '여성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21세기 비즈니스, 통신, 교육, 법,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로 알려진 비영리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뇌 해부, 동물 생태, 심리학, 남녀 연구, 세계 비즈니스, 인구통계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통계들을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수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은 맞벌이가 관례였고 남성과 여성은 평등관계였는데, 농업혁명이 뿌리내리면서 남성들이 땅을 개간하고 들판을 경작하고 농작물을 거둬들이는 중요한 경제적 임무를 맡으면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은 서구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여성들이 막강한 유급 노동력으로 출현하면서, 전세계 문화권에서 여성들이 타고난 소질을 발휘해 21세기 비즈니스나 성, 가족생활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서로 관련 있는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여성들의 '거미집 사고' 사고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힘, 육아와 자녀교육을 통한 감정과 감각의 발달 등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현실은 여전히 남성이 여성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차별 받고 있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21세기는 여성의 세기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사회, 경제적인 차별 구조가 허물어지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저자는 주장은 진화론과 생물학에 너무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도 저자는 여성학의 에베레스트인 보부아르의 아성에 한번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산은 여전히 우뚝 솟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