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알라딘 서재를 찾았다.

모바일 환경으로는 사용하기 불편해 좀처럼 들어와보게 되지 않는 서비스랄까.

알라딘은 서재환경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는 걸까.

맨 처음 가입했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네.


그래도 어쩐지, 옛날의 기록들이 남아 있고

옛날의 소회가 남아 있어서

하나씩 찬찬히 읽어보기도 하고

그때의 마음과 생각을 떠올려보기도 하면서

잠시 머물러 있었다.

언젠가 이 서재도, 없어지는 날이 있을까?

싸이월드나 프리챌이 그랬던 것처럼.

그때 우리가 열심히 올렸던 글과 사진들은

다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걸 생각하면, 역시 어떤 식으로든

오프라인으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왠지 조급함에 얼마 전에 스냅스에서 사진 인화도 주문함.

 그래봐야 한 시즌 휴가다녀온 것만 200장 가까이 나왔지만.

 이 어마어마한 사진들 앞으로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참)


지금은 겨울방학 중이기도 하고,

올해 육아휴직 예정이라 모처럼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들어와봤는데.

꾸준히 써나가기 어렵다는 게 뭔가 다시금 시도하는 걸 어렵게 한다.

지금도 알라딘 서재를 열심히 찾는 사람들이 있을까?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처럼 어쩌다, 이따금 들어오게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닐까.


이전 글을 보니 둘째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 글을 썼었네.

그리고 집에 온 직후에 하나 쓰고.

이제 그 둘째는 네 살이 되고, 첫째는 올해 학교에 입학한다.

시간이란 참. 기록하지 않으면 이렇게 휘발되어버리기도 한다.

이런저런 sns에 흔적들을 남기고는 있지만.

무언가 하나의 루트에 꾸준히 남겨보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어쨌거나, 오늘의 소회는 이 정도로 남겨본다.

2019년. 어제와 같지 않은 매일 새로운 하루가 올해도 선물처럼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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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기록해보자고 열어둔 공간인데,
공교롭게도 이따금 페이퍼만 쓰고 있네.
각잡고 앉아 리뷰 쓸 틈,
아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볼 틈조차 없이
지난 며칠이 지나갔다.

둘째가 집으로 왔고,
밤낮으로 아이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칭얼거림을 달래주는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그래도 비교적 평온한 날들이다.
둘째는 신생아 치고는 잘 먹고 잘 자는 편이고,
첫째는 엄마아빠 이상으로 아기를 너무나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십번이나 아가에게 뽀뽀를 해대는지 모른다.
아기에게 질투하는 것보다
오히려 아기를 너무 좋아해서 종일 만지고 뽀뽀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걸 경계해야 할 정도니.

시어머님이 집에 오셨다가
첫아이를 시댁으로 데려가 주셔서
오늘은 처음으로 둘째랑 둘이서만 집에 있다.

그 동안은 남편이나 친정엄마가 집에 있어줘서
늘 누군가와 같이 시간을 보냈는데,
모처럼 오늘 이렇게
분유 먹고 푹 자는 아기 옆에서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본다.

덕분에 커피도 한 잔 하고,
책도 몇 권 쌓아두고 읽어보면서.
그 틈에 잠깐 남겨본다.

자는 아기 옆에서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보니
나도 노곤노곤 잠이 밀려온다.
잠깐 눈을 붙여볼까보다.

쌔근쌔근 잠든 아기,
이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
일렁일렁 아름다운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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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잠깐 작은 추억에 잠겨 본다.


대학 졸업반 시절이었나보다.

여느 때처럼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아파트 계단에 들어설 때쯤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처음 보는 남학생(학생이었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또래였으므로 학생이었다고 해두자)이었다.

머뭇거리듯,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천천히 예의를 지키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나를 지켜보았다고 했다.

버스에서 나를 만난 지 여러 날 되었다고 했다.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 같아 보였다고, 그런 말들을 했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 말이 중요한 것 같은데)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자를 쓰고 있었고, 아이보리빛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

헐렁한 옷,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유행하던 힙합 스타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자기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며, 오늘 마음을 전하려고 용기내어 따라 내렸다고 했다.

숱한 떨림 속에서, 진심을 전하고자 애쓰던 마음씀씀이가 느껴졌다.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

사실은 헤어질까 말까 고민을 하던 사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별한 상태도 아니면서 누군가를 만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공교롭게도 손가락에는 커플링까지 끼워져 있었다.


그는 반지의 의미를 물었다.

그 물음에, 정직하게 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왜 대답해줘야 하느냐며 반문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없는 대답이긴 했네)

그는, 말씀을 찰 얄밉게 하시네요, 라고 했던 것 같다. 


끝까지 나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좋은 사람 같네요

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마음 속으로는 좋은 사람 같다, 궁금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순간의 나 역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차마, 그가 마음에 든다 해도 

멀쩡히 있는 남자친구를 없다고 할 수도 없었던 것이

그날의 나였다.


그의 떨림과 용기가 느껴지는 말들 앞에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서 있었다.

특히나 그날은 더더욱, 반바지에 아무 티셔츠나 걸쳐 입고

머리는 대충 묶은, '추리'한 모습인 나를 보고 대체 이 남자는 어떻게 나를 따라왔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어떤 말로 그를 돌려세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일부러 고백을 하기 위해 따라내렸다던 그.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던 사람이었을까.


어리고 풋풋해서 가능한 떨림이고

그래서 가능한 고백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설프고 서툴러 갑자기 마주한 진심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시절이었지 싶다.


결국 나는 당시 만나던 사람과는 헤어졌고

그날 만났던 그 사람은 이후 다시는 보지 못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라, 어떤 아쉬움이나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두려움과 떨림을 이겨낸 젊은날의 어떤 용기

평범한 어린날의 나를 특별하게 바라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

다만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하나의 장면이

생각하면 빙긋 미소짓게 해주는 기억이 된 것 같아서.


그날로부터 나는 먼 길을 왔지만

사람의 가장 순수한 마음

누군가를 향한 여리고 팔딱거리는 설렘과 떨림들,

두근두근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소중하다는 것만은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언제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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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랜만에 쓴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만에 서재를 찾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다.

이제 조리원에서의 시간은 만 이틀도 남지 않았다.

오늘밤이 지나면(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토요일 하루를 보내고

일요일 오전에 퇴실을 해야 한다.


조리원으로 신랑이 맥북을 가져다 주었는데

덕분에 아주 쏠쏠하게 썼다. 

(진작에 생일+출산선물 명목으로 미리부터 받아냈던! 오마이 아름다운 맥북이여)

이렇게 글도 가끔 쓰고, 각종 육아용품 검색도 하고, 

이전엔 보지 못한 영화들도 봤다. 


그리고 집에 가기 직전에야, 이렇게 서재도 들러보고 글도 써 본다.

나가면 새로운, 분투하는 나날이 시작되겠지만.

지금의 이 여유가 얼마나 달콤하고도 간절하게 그리울지.


그래도, 틈틈이, 잠깐씩이라도 써보도록 해야겠다.

너무 오래 버려두었던 서재.

리뷰도 쓰고, 페이퍼도 써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조금씩, 간단히라도 남겨봐야겠다.

첫아이 눈치보느라 집에서는 이렇게 맥북 펴놓고 마음껏 쓸 수는 없겠지만.

모바일로도 써보고, 아이 잠든 틈에도 써보고, 첫째 유치원에 가 있는 사이에도 써봐야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내일의 위안이 될

이런 의식이나 몸짓들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점처럼 이어지면 삶에 작은 생기와 의미가 되기도 하니까.


손글씨로는 자주 일기를 쓴다.

또 얼마나 이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생각이 날 때에라도, 아주 잠깐씩이라도 들러서.

오늘의 기록들을, 흔적들을 남겨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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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6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루 2016-02-06 10: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 오랜만에 찾은 서재에 이렇게 들러주시니 온기가 도네요. ^^
돌아가서 새로운 나날들을 건강하고 기운차게 잘 보내야겠지요. 즐거운 명절 보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