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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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얼마나 호의호식하며 살았던가..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돌아본 우리네 삶은 너무도 부끄럽다. 같은 자매임에도 성격이 판이한 자매 숙자와 숙희, 어린 형제를 버린 부모를 원망하며 비뚤게 자라난 동수와 그의 동생 동준이 그리고 어머니를 여읜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그들을 보듬고 감싸주는 수호천사와도 같은 영호까지.. 그들이 공유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가난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난 후에는 그들 모습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괭이부리말이라는 조그만 달동네에서 그들이 겪는 가난과 설움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정과 사랑에서 베어나는 큰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들 모습이 아닌, 나보다 남을 더 위하는 괭이부리말 사람들의 모습은 진정 우리 사회의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는 그 행복을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던 숙자의 담임 명희가 자신이 버렸던 괭이부리말을 다시 찾게되는 후반부에서 또한 그것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산다고 그것이 행복인가? 괭이부리말은 우리에게 작지만 큰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없으면 없는대로 나누고 있으면 더 많이 나누는 괭이부리말 아이들.. 남들과 다르다고 내동댕이치는 매몰찬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제대로 된 동화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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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국내편 1 -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퇴마록
이우혁 지음 / 들녘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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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더불어 판타지류에도 별 관심이 없던 내게 오디션과 더불어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소설로 작가 이우혁의 소설은 모두 편렵하게도 된 계기가 되었다. 우선 박신부,현암,승희,준후라는 한국인 캐릭터들.. 무엇보다 판타지소설들은 이름이나 지역명이 외국어가 많고 또 길기도 길어 등장인물 보자마자 포기한게 대부분이지만 퇴마록은 국내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닐 본격 판타지류로써 등장인물마저 국내 정서에 꼭 들어맞는 성격으로 유일하게 전권 독파한 책이 아니던가.. 가끔 생소한 무술명이나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전설등에는 별표가 붙어 끝에 주석으로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승희의 투시, 현암의 기공력, 박신부의 오로라, 준후의 부적술.. 퇴마록하면 떠오르는 그들의 활약상과 애틋한 사연을 가진 영혼들까지 그 방대했던 스토리가 아스라히 떠오른다. 작가 이우혁은 엄청난 능력을 가진 네명의 주인공을 통해 매정한 우리의 배타정신또한 비판하고 있다. 원치않는 능력으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볼수밖에 없는 고통, 영력을 행함으로써 자신의 수명까지 깍아져가는 고통과 다른 사람들의 탐탁찮은 시선까지 고스란히 감당해내야하는 그들.. 독자로 하여금 울분을 토하게 하는 그들의 미래는 어쩌면 우리내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늦은밤 잠자리에 들면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게 만든 무서운 소설, 온가족과 함께 가는 피서지에도 늘 나의 동반자가 되어주던 고마운 소설.. 어느덧 작가 이우혁도 국내편 1권을 발간하던 시절로부터 세월이 흘러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그만큼 발간시기 또한 엄청나게 긴 보기드문 소설이기도.. 스토리,배경 모두가 참으로 방대해 작가의 노고에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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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1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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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전권을 모은, 지금은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 만화계의 천재 작가 천계영이 그려낸 만화 '오디션'. 본인의 수식어에 걸맞게 책에서 또한 네명의 천재소년들을 그려내고 있다.카리스마 국철, 우직한 장달봉, 섹시보이 류미끼, 외계소년 황보래용. 이 만화는 오디션 우승을 향한 이들 넷의 좌충우돌 연습기라 할수도 있겠지만, 또 다르게는 천재소년들의 자아 성장기라고도 하겠다. 송송회장이 발굴해낸 이들은 모두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니고 있다. 국철의 과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쉽지 않게 만난 그래서 더 각별한 그들이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거치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상대로 아파하고 때로는 기뻐하며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 서서히 빛을 내며 영롱한 보석으로 성숙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허구성 짙은 만화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쾌거는 제대로된 음악지식을 습득키 위한 그녀의 뼈아픈 고통과 인내로 일궈낸 것이니 만큼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오디션 곳곳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개성이 강한만큼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재활용밴드의 생애 최대의 라이벌 천사표 밴드와 12cm의 하이힐을 신고도 키가 170인 변득출도 예외는 아니다. 재활용 밴드가 거치는 그 수 많은 캐릭터들에 있어 천계영의 설정은 과히 예술이다. '못 쓰는 물건을 새롭게' 어쩌면 그들 넷과 비유하기에 그렇게도 딱일 수 없는 재활용밴드라는 네임으로 새롭게 태어남과 동시에 그들을 이끌고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고자 결국 큰 일을 해내고 마는 매니저 송명자, 그들을 위해 왕5삼과 마지못해(?)결혼까지 하게되는 터프한 여탐정 박부옥까지..

천계영의 애정어린 손길로 한국 만화계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명작이 탄생해버렸다. 오디션에서 담아낸 서로간의 믿음과 용기,사랑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천계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장본서~ 오디션 속으로 다시금 풍덩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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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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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문구를 보며 나 같이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같은 배움을 얻을수 있을까 싶어 골라낸 책이었다. 사랑,추억,고독,슬픔,기쁨 등의 모든 감정들을 그림과 함께 고스란히 느끼게 될 그림여행의 시작에 앞서 내심 설레이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첫 장, 화면에 모래를 부착시켜 벽돌을 형상화한 작품 옆에는 현실의 고통에 견딜 수 없을만큼 괴로워하면서 그럼에도 꿋꿋이 서로를 사랑하며 믿고 의지하려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현실의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끝내 삶을 포기 못하는 부부에게서 마치 무너지리 듯 위태로운 모래성처럼 불안한 미래를 느낀다. 한젬마가 그림에 붙인 부제 '무너지지 않을까 정말 무너지지는 않을까?' 라는 문구에서 난 과연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사회에 무리지어 사는 우리, 또 그 속에 포함된 나는 위태롭게 우표가 붙어있는 부치지 못한 편지가 그려진 「한줄기 빛」이라는 그림을 보며 밤새 고민하다 썼다 지웠다 찢었다를 반복하던 그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키보드 하나로 손쉽게 지우고 쓰고 클릭한번이면 단숨에 상대에게 전해지는 메일에는 그 옛날의 떨림이 없다. 문득 편지지를 한 아름 사들고 막연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픈 나를 느꼈다.

모든 연인들은 위태롭다. 그림속엔 많은 색면들로 겹쳐져 채색되어 있는 한 여자가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서있다. 연인들은 때론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서로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막연히 자신만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그렇게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난 생각한다.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진실된 모습만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나 또한 그림 속의 여자처럼 복잡한 색을 숨긴 채 나 자신도 모르는 나에게 지친 뒷모습으로 그렇게 드넓은 바다만을 동경한적은 없는가? 생각해 본다.

그런 세상의 모든 사랑을 포용하며 어루만지는 한젬마의 글에서 '나는 그림에서 사랑을 배웠다' 라는 1부의 주제에 어긋나지 않는 배움을 얻었다.2부의 주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화가 이야기' 에서는 말 그대로 한젬마가 존경하는 화가들을 그들의 그림과 함께 그들의 생활과 가치관까지를 넣어 진솔히 이야기 해주고 있다.

라디오 생방송을 앞두고 술냄새 폴폴 풍기며 등장한 화가 이철수의 그림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한 장짜리 비싼 작품이 아닌 흔하다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그러다보면 작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까지 받는 참으로 소탈한 것이었다. 언젠가 내가 무심히 보고 지나치던 그 그림이 담겨 있는 페이지를 보며 '아 그게 이철수의 그림이었구나' 라는 생각만 보더라도 그 그림이 흔하긴 한거 같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생활 속 깊숙히 나의 작품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선생에게 한젬마와 마찬가지로 난 깊은 교훈을 얻는다.

글 중간 중간 그림을 왜 그리는가? 무얼 그리고 싶은가?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는 한젬마를 보며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내리는 듯 자신의 견해를 풀어쓴 이야기 보따리와 함께 그림을 설명해주는 그녀를 보며 나 또한 어느정도의 답이 내려지고 있었다. '꿈이 없는 사람이라면 혹은 어느결에 포기해버린 사람이라면 그의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을 견디는 것이리라' 라는 한젬마의 말처럼 인생이란 어떤 경우에도 꿈 없이는 지탱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림은 그 꿈을 일궈나가는데 더 없이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림이란 틀에 박힌 것을 거부해야지만 훌륭한 그림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틀에 얽매여 정말 '그림'이라는 정의 하에 보여지는 그림도 훌륭한 그림은 아닌거 같다. 화가가 살아온대로 그리고 보고 느낀 그대로의 감정을 진솔히 작품에 담아낼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명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다시금 그림과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인생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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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조선일보 맘에 안 들어
조선일보사외보 편집부 엮음 / 조선일보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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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사에서 엮은 책임에도 제목이 범상치 않다. 조선일보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이 실제 자신의 생생한 취재담과 아울러 평소 소견까지 거침없고 유머러스하게도 담아내고 있다. 기자정신이 무섭다는 소리 익히 들었었지만 조선일보는 그 정신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는지 어쨌는지 그 기동성과 활약상에는 정말 읽는내내 입이 안 다물어졌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샹쉐란호에 보따리상으로 위장잠입하여 위험을 당할 위기에도 자신을 보따리상을 해보려는 백수라 끝까지 우기며 기발한 재치로 넘긴 기자의 이야기. 조선일보 기자인 남편과 중앙일보 기자인 아내의 미묘한 심리전(?)
연일 밤샘으로 명절 날 시댁에서 전을 부치다 급기야 피곤을 못이기고 꾸벅 조는 귀여운 초보 주부기자의 에피소드까지~ 서러운 매타작 참 많이 받는 조선일보 치고는 그 속이 너무나 정겹고 따뜻하다.

정부와 여당을 심하게 깐다, 심한 극우다 라는 여론으로 안티조선 소리 질리게 듣는 조선일보.. 책의 후반, 조선일보를 바라보는 각계 인사들의 시각은 비판과 아울러 각별한 애정이 서려있다. 너무 독보적이지 말라는 매서운 질타와 함께 그래도 가려운 속 긁어주는 조선일보의 속 시원함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문득 가수 조영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정부와 권력의 잘잘못을 '따지고 까는' 신문이 아니면 무슨 재미로 신문을 본단 말인가?'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음에도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조선일보의 용감함에 민주주의 정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얼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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