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인 이른 봄, 날씨가 따뜻한 지역에 머물면서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 훈련 또는 그런 훈련을 하는 장소를 말한다.
제목 속 '스프링캠프'가 이 소설의 내용과 부합하는 점이라면 세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인물들이 날씨가 따뜻한 남쪽을 향해 떠난다는 점, 둘째, 그 여정이 서로 제각각이던 인물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협력하는 합숙이었다는 점, 셋째, 정규리그인 어른이 되기 전 세상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두 소년과 한 소녀, 할아버지와 개 한마리. 각기 다른 이유로 길을 나섰다. 이 모험은 그들에게 있어 일탈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바꿔놓을 수 있는 '스프링캠프'의 시간이었다. 86년 여름, 사라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준호는 친구 규환의 대학생 형이 수배중인 상황에서, 규환의 형에게 도피자금과 여권을 전하기 위해 남쪽으로 길을 떠난다. 여기에 부모의 과잉 보호를 벗어나고픈 승주, 아버지의 폭력 앞에 도망칠 수밖에 없는 정아, 그리고 죽은 딸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 무서움과 외로움에 준호에게 달라붙은 루스벨트가 합류한다. 저마다 지닌 각각의 여행 이유가 맞물려 호응을 하기도 하고, 충돌을 빚으며, 그들은 통,통,통통 빈 깡통이 굴러가듯 이리저리 부딪히며 남도로 향한다. 준호 때문에, 정아 때문에, 승주 때문에, 할아버지 때문에, 루스벨트 때문에 우연과 필연이 반복되면서 이들은 목적지까지 직선최단거리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고돌아서 여정을 이어간다. 그 과정속에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희망을 품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80년의 광주 역시 정면돌파 하지 않고 빗겨가면서도, 광주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었다. 준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딸이 모두 피해자였다는 것은 모험을 떠나기 전부터, 두 사람이 서로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또한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 자신의 친구의 일이었다. 마치 친구 규환의 일에 준호가 절실하게 뛰어들듯이. 그렇기 때문에 결국 서로가 따로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고, 이어지지 않을 수 없어서 함께 모험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어쩌면 삶이란 이렇게 각기 다른 존재들이 부딪히며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청소년기는 목적지를 향해 바로 나아가지 못하고 돌고 돌아가며 많이 깨지고, 많이 배우는, 그렇기 때문에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마치 준호에게 여행의 목적이었던 주환 형이 후에 현실적인 정치인이 되는 것처럼, 대단치 않은 일일지라도, 후에 실망하게 되는 일일지라도 큰 의미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시기가 청소년기가 아닐까. 이 책은 누구에게나 현실의 방향을 바꿔줄, 현실을 걸을 힘을 길러줄 모험, 정규리그에 포함되지도 않는,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햇살 속에 반짝였던 각자의 '스프링캠프'를 꿈꾸고 추억하게 해준다.
우리는 알고 있다.
밋밋하게 단조로운 현실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걸음걸이가 현실에서 벗어난 모험으로 인해 크게 돌려질 수는 없다는 것을.
모험은 짧고, 다시 현실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눈 질끈 감고 뛰어든 모험으로 인해 걸음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걸으면 걸을수록 본래의 길과 큰 차이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