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스토리
임경선 지음 / 뜨인돌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더이상 '노르웨이의 숲'을 읽지 않는다. '데미안'을 읽지 않듯이. 그 소설이 인상적이던 어떤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 김연수, <여행할 권리> 중에서 

  나 역시도 그렇게 여겼다. 더이상 노르웨이 숲이 나에게 울림을 주지 않았던 때, 하루키 역시 나에게 더 이상 울림을 주지 않는 작가라 여겼다. 한때 몰아치듯 읽었던 그의 소설들을 멀리하고, 서점에 새로 나온 그의 신간들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저자를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다시 하루키에 관심을 둘 수밖에. 

   인상적인 어떤 시기를 지난 작가라고 여기던 하루키에 대해 저자는 참 매력적으로 담아냈다. 하루키의 어린시절부터 글을 쓰게 되는 과정, 그리고 유명 작가가 된 이후의 삶에 대해 책에서는 충실히 담아냈다. 이 책을 통해 하루키의 일상과 문학에 대한 생각, 삶의 태도 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하루키의 추천사가 없는 걸로 봐서 하루키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 것 같은 이 책은 쉬우면서도 성실하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뒤에 실린 참고문헌들과 뉴욕과 고베, 그리고 도쿄로 가서 하루키의 흔적을 더듬는 모습에서는 하루키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애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자칫, 더 성실했더라면 <하루키와 그의 시대>가 될 뻔했다. 그만큼 하루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한동안 뜸하게 읽지 않았던 하루키의 책이지만, 하루키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 만큼은 존경할 만하다. 흔히 글쓰기는 정신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육체적인 노동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한, 그리고 꽤나 지나친 운동을 통해 글쓰기를 단련한 하루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또한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꾸준히 글쓰기를 해나간다는 것은 모든 성공한 작가의 미덕일 것이다. 우리는 결과만을 보게 되지만, 그 과정 속에는 수많은 시간의 땀들이 곁들여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국내 작가들 중에서는 김연수와 하루키의 모습이 자꾸 겹쳤다. 개인적으로 김연수를 더 좋아하지만, 둘 다 외국어를 잘 한다는 점, 그래서 번역일을 겸하고 있다는 점,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 고독과 소통에 대해 논한다는 점. 모두 똑같지는 않지만, 겹치는 몇몇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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