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어쩌면 ‘돼지내장탕면’을 먹는 것과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의 사람들이 만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관계를 맺는 누군가는 나와 다른 구석이 있기 마련이고, 때로는 그것이 마음에 안 들고, 때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 아래 우리는 때로 무모하게 용기를 내어보기도 하고, 소심하기만 하던 마음이 한없이 확장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하는, 처음 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돼지내장탕면을 입안으로 넣던 동하처럼. 서로 다른 말을 쓰고, 서로 다른 문화에 익숙해있는 두 사람. 시간이 지나면 서로 부딪히고 혼란도 겪을 걸 알지만 그래도 그럴 때면 그럼에도 서로 좋아한다면 서로 이해하기 위해, 포용하기 노력이 계속되리라 짐작하게 하는 건 괴로워하면서도 돼지내장탕면을 먹는 동하를 통해 어렴풋 짐작할 수 있다.
관계를 맺어가며 기억은 희미하게 잊힐지 모르나 켜켜이 쌓아가는 시간을 때론 몸이 기억하곤 한다. 서로 엇갈린 기억 속에 엇갈린 대화를 나누지만, 부인할 수 없는 몸의 기억들이 때로는 마음속의 잘못된 기억들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한 번 배운 자전거 타는 법은 평생을 가는 법이다.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메이의 모습은 아름답다.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줄 수는 있지만, 결국 자신의 두 발로 페달을 밀어야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메이는 묵묵히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마주대하고 마침내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동하 역시 상대의 상처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듯 메이를 대하는 모습도 좋기만 하다.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그 상처를 이겨가는 청두의 싱그러운 청색빛깔은 또한 거부감 없이 잘 녹아들어 두 사람과 어울린다. 누군가와 재회해야 한다면 ‘두보초당’도 좋을 듯싶다.
며칠간의 짧은 시간은 헤어진 연인들이 재회하고 다시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을 빚어내기만으로도 아쉬운 시간이다. 밀운불우(密雲不雨)로 끝나지 않고, 급시우(及時雨)로 끝난 영화. 호우시절(好雨時節). 다행이다. 미소 지을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