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을 들다>는 역도 영화다. 이 영화는 역도를 많이 닮아 있다. 오로지 사람의 힘과 기술로만 역기를 들어올려야 하는 역도처럼 이 영화도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묵직하게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시골 마을 사람들을 순박하게 그려낸 것도,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악한 사람들을 무조건 많이 악한 인물들로 그려낸 것도 어설프지만, 마지막에 눈물을 쏟게 만드는 것도 자칫 과잉처럼 느껴지지만 이 영화 안에서 인물들이 지닌 순수한 열정과 애정이 그런 것들을 상쇄시키고 남는다.
서울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부상으로 운동선수 생활을 접고 좌절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범수는 시골 중학교 역도부 지도교사가 되어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지도하게 된다. 아이들을 통해 자신 역시도 예전의 순수했던 열정을 되살리고, 다시금 삶의 희망을 바라보는 인물이 된다. 역도부원들 역시 각각 저마다의 결점과 사연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작은 목표들을 하나씩 성취해나간다.
이 영화에서 이범수와 조안 두 배우는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닌 최고의 장점은 이 둘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조안만이 끝까지 역도를 계속해서 국가대표가 되지만, 중학생 시절 함께 했던 아이들. 그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저마다의 개성과 사연을 심어놓아 한 명의 역도 선수가 아닌 시골 역도부 전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바라보게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쏟게 되는 눈물이 과잉처럼 느껴지더라도 기꺼이 울어줄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