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좀주소 - Thirsty, Thirst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얼마 전에 개봉한 <똥파리>가 찐득찐득한 욕설과 함께 폭력의 굴레를 보여줬다면, <물 좀 주소>는 지긋지긋한 돈의 굴레를 보여주는 영화다. <똥파리>와 달리 이 영화는 투박한 면이 없지 않지만 착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는 각각 어울리지 않는 위치에 놓여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채권추심원으로서 신용불량자들을 독촉하는 구창식은 선한 눈을 지닌 사람이다. 그 또한 빚을 지고 있어 사채업자들에게 쫓긴다. 갓 스무살을 넘긴 앳된 외모의 선주는 미혼모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실은 신용불량자로 쫓기고 있지만, 선주는 발레리나를 꿈꾼다. 구창식에게 빚을 받아내려는 사채업자 직원 심수교는 곱상한 외모와 말투 덕에 매번 구창식에게 무시당한다. 그는 어느 곳에서도 취직되지 못한 젋은이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준 사채회사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구창식이 빚 독촉을 하는 조 사장은 직원들이 따르는 선한 사장님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지만 돈을 갚을 방법이 없다. 

  이 영화는 뭔가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이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며 돈에 목말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창식이 늘 집어먹는 빙과제품으로 더위와 갈증이 해소되지 않듯, 돈에 대한 갈증은 쉽게 해소될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 속 인물들은 돈 때문에 인간성을 버리지 않는다. 사채회사에 쫓기던 구창식은 조 사장 딸의 결혼식에서 조 사장 가족에게 망신을 주며 억척같이 축의금 봉투를 챙기고, 심수교는 마지못해 구창식에게 칼을 겨누고, 조 사장은 딸의 파혼에 대한 분노로 구창식을 칼로 찌르지만 거기까지다. 어쩔 수 없는 궁지 속에서 인물들은 인간성을 포기하지만 이내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사정도 어려우면서 선주에게 호감을 갖고 어려운 사정을 챙겨주려는 구창식. 어렵지고 힘들지만 밝고 명랑한 선주, 피를 흘리는 구창식을 보며 아연실색하며 죽지 말라고 외치는 심수교,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는 조 사장, 그리고 이 모두를 원망하지 않는 구창식의 모습은 꽤나 투박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정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라도, 돈이라는 숫자와 종이의 무게 더미에 눌리더라도, 뻔뻔하게 명랑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이를 견디고 웃는 법을 이 영화는 꾸밈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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