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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 Breathl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똥파리>는 상당히 걸죽한 영화다. 아니, 끈적끈적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송곳같이 내뱉어지는 욕설들은 주먹 못지 않게 상당한 폭력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이 상대방을 거침없이 욕설과 주먹으로 찌르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지켜보는 이는 공포영화를 볼 때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툭툭 남에게 던지는 상처들이 언젠가는 더 크게 되돌아올 것만 같아서다. 툭툭 던져지는 분노와 폭력의 무게가 묵직하게 뒤통수를 자극한다.
답답하다. 주인공의 말과 행동은 모두 소통을 할 수 없는 자의 몸부림이다. 그는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고, 남들과 소통할 줄 모른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버지를 원망하고, 때리며, 아버지를 용서하며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어쩌면 남이라고 해도 좋을 이복누이에게 자꾸만 돈봉투를 건네고,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같이 산다. 아버지와 화해하는 방법을 그는 모른다. 그는 한번도 가족이라는 이름의 끈끈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바뀌고, 바로잡을 수 없어 그는 답답해 하고있다. 관객들은 비록 그가 거칠고남의 등을 쳐먹고 살고 있지만, 속은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내심 짐작한다. 그만큼 그는 거칠고 동시에 서툴다.
이 영화에 '연희'라는 캐릭터가 없었더라면 참으로 삭막했을 영화다. 그 자신도 역시 가족에게 폭력으로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장을 봐오고, 밥상을 차릴만큼 연희는 당차고 씩씩하다. 그런 연희가 있었기에 상훈은 비로소 소통하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아간다. 상훈의 누나가 상훈에게는 챙기고 보살펴야할 누나였다. 여기서 상훈은 가장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연희 앞에서 상훈은 표현못하는 아이같다. 어린 시절 여읜 어머니 같은 존재를 연희가 일정부분 맡고 있는 것이다. 연희도, 상훈도 자신의 가족을 외면하고,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또한 연희도 상훈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 폭력도, 가족이라는 굴레도 너무나 끈쩍끈적하다. 그래서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