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급 공무원>은 기분전환으로 무난히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국정원 직원인 두 남녀가 서로간에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적 아이러니가 기본적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실제로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신분을 밝히지 못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억지 웃음을 유발해내지 않고 상황 설정에 의한 자잘한 웃음들이 고르게 포진되어 있는 점이 상당히 장점이다. 큰 웃음은 업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자잘한 웃음들은 쉴새없이 이어진다. 재준을 연기한 강지환 연기 역시 오버연기를 상당히 자제함으로써 억지 코미디라는 인상을 지우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큰 무리없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영화과 남녀주인공의 관계, 그리고 하나의 사건에만 치중하다보니 단선적으로 이야기가 구성된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그로 인해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고. 상투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은 채. 코미디 영화로서 군더더기 없이 완결된 구조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영화로서의 무게감이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신분을 밝힐 수 없는 국정원 직원의 고충을 좀 더 담아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국내팀과 해외팀으로 나누어 살피기는 했으나, 하나의 사건 만으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다보니 국정원 자체가 평면적인 소재에만 그친 점도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김하늘과 강지환의 관계가 좀 더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가 더 드러나야할 듯 싶다. 과거 회상 장면이 단순하게 그려져서 수지가 재준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의 폭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어떻게보면 수지는 단순 과격하게만 그려졌달까. 여러가지 소품들과 수지의 행동들로 빈틈을 메워보려고 했지만 그조차 정교하지는 못했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와 달리 액션 자체도 많은 공을 들였으나 어설프다. 많은 품을 들여 액션을 하고는 있는데, 세련되고 멋있다는 느낌이 부족하다.
그래도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본분을 지키는 영화다. 그것도 꽤나 잘 지킨다. 롯데엔터테이먼트는 지난해 우연찮게 성공을 거둔 <과속스캔들> 이후로 또 한 번 잘 만든 코미디 영화를 선보였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 개봉 전까지는 <7급공무원>이 흥행에 성공할 듯 싶다. 한가지 염려스러운 건 '롯데표 코미디 영화'가 정형화될 가능성이다. 연달은 성공으로 또다시 롯데에서 비슷한 류의 무난한 코미디 영화가 나온다면 그것은 고착일 것이다. 확실히 <7급 공무원>은 <과속스캔들>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갔다. 요령이 생기면 감동은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 땐 어떤 소재가 나와도 신선함은 없을 것 같다. 부디 기우였으면 좋겠다.
여담 : 김하늘이 왼손잡이인 것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묘하게 김하늘이 왼손잡이여서 이 영화 마지막에 재준과 수지가 함께 하는 액션 장면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