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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정보의지배
#한병철교수님
<리추얼의 종말>로 처음 만난 한병철 철학자다. 학자로서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이분의 책은 어렵지만,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지원 도서를 신청했다.
<리추얼의 종말> 중에서 줄 그어 놓았던 한 부분을 옮겨본다.
빅데이터는, 인간의 심리에 개입하고 그 심리를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지배지식 Herrschaftswissen을 낳는다. 이런 의미에서 데이터주의적 투명성 명령은 계몽의 연장이 아니라 종말이다. (108쪽) - 이 부분을 읽으며 줄을 쫘~악 그었는데, 이렇게 연결되는 부분이 될줄이야... 보물찾기한 기분이 든다.
<정보의 지배> 역시나 어렵드라...
100쪽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진실에 대해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감히 내 의견을 붙이기 힘들다.
장별로 말씀하신 내용 어설프게 정리해 보려 한다.
정보체제 – 정보, 알고리즘, 인공지능을 통한 정보의 가공이 사회적, 경제적 과정들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지배 형태다. 일상생활과 완전히 융합하고, 비밀과 투명성, 편리성을 앞세워 손가락 끝의 자유로 착각하게 만든다. 개별적 프로필을 작성함으로써 행동 프로필이 완성된다. 데이터화 된 형태는 우리의 행위와 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행동에 개입하는 지배권을 가진다.
인포크라시 – 죽도록 소통하게 만드는 스마트 폰을 통해 놀라운 일, 흥분하는 일로 정보들을 채굴하여 앎, 경험, 깨달음 같은 실행을 몰아낸다. 정보의 현재성은 짧고, 시간의 압박에서 성과를 지향하기에 데이터 기반의 지능을 선택하게 된다. 정보의 전쟁 속에서 담론의 자리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에서 진실과 정직은 중요성과 의미를 상실했다.
“정보는 질주하며 진실을 지나치고, 진실은 정보를 따라잡지 못한다.” (44쪽)
소통행위의 종말 – 디지털 떼거리들은 정치 행위의 집단 형성이 불가능하며, 스마트한 인풀러언서들에 의해 소비 가축으로 길들여 진다. 공론장에 모여야 할 사람들이 이익을 좇는 떼거리들로 변하고 정치적 행위능력이 상실된다. 소통행위가 어려워지고, 담론적 실행이 사라진다. 인터넷 사용 시간에 비례하여 개인화되어서 간다. 경청이 사라지고, 공동체는 와해하며, 자기 말만 존재하게 된다.
디지털 합리성- “소통 없이, 담론 없이 존속하는 형태의 합리성을 디지털 합리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디지털 합리성은 담론을 이끄는 소통적 합리성과 대립한다.” (65쪽)
알고리즘은 논증을 흉내내고, 빅데이터는 신적인 시야로 인간 행동을 쥐락펴락한다. 더 합리적인 결정을 데이터가 주도하고 관리하며 데이터주의적 관점이 지표가 된다. 데이터적 우주에서는 담론적 공론화로 이끄는 민주주의는 어두운 미래만 남는다.
진실의 위기- “사실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간다. 요컨대 우리는 탈사실화된 우주 안에서 산다.” (79쪽) 진실과 거짓말의 구별 자체가 되지 않고, 거짓된 허구적 세계가 건설되어 새로운 실재를 만든다. 거짓말을 진실로 둔갑하게 하고, 허구적 실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한다.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단번에 제거하기 위해 음모론은 허구성을 품고 이야기로 널리 퍼지진다. 진실을 향할 의지가 상실되고 디지털 동굴 속에 갇힌 우리는 자유롭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열심히 팩트체크를 하더라도 진실을 제작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진실은 정보의 옳음 혹은 맞음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91쪽)
PS. 책은 어려웠지만, 읽은 후 정치적 생각이 정리가 좀 되는 것 같아 머리가 개운했다. 무지렁이는 또 하나 배운다.
#김영사출판사 #김영사서포터즈16기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읽고 독후활동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