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요즘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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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The Real Quiet Storm
Atlantic / 1995년 7월
평점 :
품절
색소폰 하면 케니 지를 떠올리시는 분들, 한술 더 떠서 재즈 음악인 하면 케니 지를 꼽으시는 분들이 있다.
김현준 씨는 그의 책 <<김현준의 재즈 노트>>(시공사. 2004)에서 이렇게 말한다.
"색소포니스트 케니 지(Kenny G)의 음악이 재즈로 인정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자신이 재즈 연주자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주 톤을 분석할수록 그의 음악은 재즈의 전통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 따라서 케니 지의 음악이 재즈적인 요소를 일정 부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연주 톤은 재즈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는 그가 재즈의 정신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그런데 아직도 케니 지를 훌륭한 재즈 연주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런 분들에게 제임스 카터james carter의 <<The Real Quietstorm>>을 권하고 싶다.
이 앨범에서 제임스 카터는 에릭 돌피eric dolphy를 연상시킨다. 마치 입으로 부는 것은 다 불 수 있다는 듯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그가 연주한 악기는 이렇다. 바리톤 색소폰, 테너 색소폰, 알토 색소폰, 소프라노 색소폰, 베이스 클라리넷, 베이스 플루트.
기교 면에서도 에릭 돌피와 마찬가지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다. 그래서 간혹 몇 군데에서 오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곡에 열기를 더한다는 점에서 실보다는 득이 크겠다(사실 케니 지의 오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쓸데없이 한 음을 길게 늘여 연주한다는 것이 기량 면에서 얼마나 대단한 것이며 미적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런 걸 좋아하지?).
하지만 에릭 돌피와의 차이점은 그의 음악이 (넓은 의미에서)밥bob 스타일의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물론 이 앨범에 한정된 얘기다. 한편, 에릭 돌피의 스타일을 말하자면 이렇다고 할 수 있을까. 에릭 돌피는 하드 밥과 프리 재즈의 경계선에서 절묘하고 기막힌 외줄타기를 했다고).
첫곡은 셀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유명한 스탠다드 곡 <라운드 미드나잇'round midnight>으로 시작한다(이 앨범은 카터의 오리지널 두 곡을 제외하고 모두 스탠다드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래이그 타본craig taborn의 피아노와 제임스 카터의 바리톤 색소폰으로 이루어진 연주인데, 타본의 피아노 연주가 잔잔한 물결을 만드는 강의 수면 같다면 카터의 바리톤 색소폰은 마치 강물 속에서 꿈틀거리며 유유히 헤엄치는 굵은 물고기 같다고 하겠다.
카터의 저음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묘한 울림이 있다. 단순한 저음이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묘한 울림이다.
이 앨범에서의 연주는 기교 면에서 탁월하고 감정 처리에 있어서도 훌륭하며 곡을 이끌어 나가고 만들어내는 구성 및 표현력에 있어서도 또한 뛰어나다. 한마디로 앨범 앞에 붙은 느낌표 스티커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그러니 케니 지의 음악을 훌륭한 재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음반인데, 그들이 이 앨범을 듣고 과연 뭐라고 할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