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요즘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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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소리선집 1 / 김죽파 가야금산조
김죽파 연주 / 신나라뮤직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이 음반을 처음 듣고 갖게 된 불만 두 가지.
첫번째는 녹음에 대한 불만이다. 음질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잡음 하나 없이 가야금 소리가 또랑또랑하게 잘 들린다. 여기서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농현弄絃할 때 안족雁足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들어보면 탄주彈奏 때에 손가락과 현에서 나는 마찰음도 들린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지 신경쓰였다.
두번째 불만은 52분이 조금 넘는 전체 연주가 단 하나의 트랙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진모리나 휘모리 부분만을 다시 들으려면 불편하다.
그런데 첫번째 불만은 이 음반을 자주 듣게 되면서 자연히 사그라지게 되었다. 다른 가야금 산조 음반에 비해 안족 삐걱빼각거리는 소리가 조금 크게 녹음된 것이 오히려 이 음반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생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바뀐 생각이 또하나 있다. 처음에는 빠른 자진모리와 휘모리 부분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느린 진양조 소리에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김죽파 선생의 진양조는 다른 어느 음반보다 인생의 깊이가 진하게 묻어나는 듯 들린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역시 선생의 훌륭한 연주 덕분이겠다.
앨범 표지에 실린 사진 속 선생의 얼굴을 본다. 깊은 주름과 삶의 풍화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상이 여느 할머니의 얼굴과 다름없다. 하지만 가야금 소리는 기막히다. 아마도 모진 풍파를 견뎌낸 삶을 고스란히 연주에 담아낸 것이리라. 연주를 끝내고 내쉬는 선생의 숨소리가 인상에 남는다. 어려움을 마침내 이겨내고 무사히 끝마쳤다는 안도의 숨소리. 드디어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탄식의 숨소리. 선생의 훌륭한 연주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