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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지도가 현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지정학(地政學)은 위험하다. 이건 운명과 같은 거다. 부잣집에 태어났으니 부자가 되고, 가난한 집에 태어났으니 가난한 사람이 될 거라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자원이 많은 나라는 강대국이 되고,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나라는 외세의 침입이 잦다. 분명한 사실이지만 지리적 이유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가까운 일본을 보자. 화산과 지진으로 불안한 지형에 별 다른 자원도 없는 나라가 세계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건 어떤 이유일까?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원이 풍부한 북부 아프리카는 왜 미국처럼 선진국이 되지 못했는가? 정치학에서는 근대화, 즉 국민 소득의 향상이 민주주의를 가져온다고 언급되지만, 사우디처럼 석유 자원이 풍부하고 국민 소득이 월등히 높은 나라가 아직까지 왕정 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은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큰 판형에 컬러풀한 지도가 세상의 많은 이치를 설명해준다. ‘지도가 현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숫자와 과학에 의존한 지리학도 강대국의 입김에 따라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건 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는 사실 유럽을 중심에 놓은 것이며, 동아시아의 역사는 근세 이후에나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물론 유럽 열강에 의해 수탈당하고 저항하는 모습이 다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의 자원, 인종, 종교에 따라 세계지도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독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 입장에서 편치 않다. (그나마 객관적인) 프랑스인이 볼 때도 독도는 일본과 한국의 분쟁 지역처럼 묘사되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다. 이 현실이 언제 지도를 새로 그릴지 모른다. 책 후반부에 나온 것처럼 앞으로의 세계에서는 식량 및 환경 등이 새로 지도를 그리게 할 것이다.

  세계 곳곳을 잘 짜인 지도로 재미있게 여행한 느낌은 들지만, 그 이후에 텁텁하게 남는 불안감은 무엇일까? 대륙과 해양 세력 간 요충지에 자원도 없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불안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고단했던 우리 역사처럼, 앞으로도 이런 불안을 끊임없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숙명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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