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 - 우리가 몰랐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 개정판
천샤오추에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공부를 하든 제일 기초가 되는 것은 역사와 철학이다. 복잡한 공식으로 이뤄진 과학도 과학사를 알아야 현대 과학을 이해할 수 있고, 수요와 공급이 유일한 독립변수 같은 경제학도 성장과 분배를 놓고 치열한 철학적 논쟁이 있었다. 그 외의 학문들 역시 말할 필요가 없다. 한 나라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는데도 당연히 역사와 철학이 필요하다.

 ‘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는 역사와 문화로 쿠바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 안에 쿠바인의 철학이 만들어졌다. 쿠바인이 아니라 대만인이 썼다. 이 책은 쿠바 여행 소개기가 아니다. 쿠바의 역사를 소개하고 춤, 노래, 미술, 종교 등의 문화를 정리했다. 쿠바로 여행 갈 사람들이 볼 실용서는 아니지만, 이 책을 여행에 참고한다면 쿠바 문화를 한층 더 풍부하게 이해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행은 단순견문기가 아니라 문화체험기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한 단어로 쿠바를 정리하라면, ‘아픔 속의 여유’라고나 할까.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가 지정학적 이유로 이렇듯 많은 열강들의 침탈과 식민 지배 속에 노예제도와 수탈로 신음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오늘날 쿠바가 가진 여유를 보면 더 그렇다. 딱히 지나치게 낙천적이라는 말밖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이들은 잔혹한 역사 뒤에 매혹의 문화를 뽐내고 있었다. 독특한 혼합종교인 ‘산테리아’, 흥겨운 라틴음악 ‘손(Son)'을 바탕으로, 쿠바는 고난한 삶에서도 낙천적인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국도 지정학적 이유로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역사를 갖고 있다. 다만 우리는 강자의 그늘 아래 근대라는 회색의 터널을 힘겹게 건넜다면, 쿠바는 홀로 웃고 노래 부르며 쾌활하게 아바나의 아름다운 해변 길을 걸어간 셈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이 책은 지금 쿠바의 모습을 전하고 있진 않다. 쿠바는 반세기 가까운 미국의 봉쇄 정책에도 불구, 독특한 사회주의 체제로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남미 좌파 3인방인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와 함께 민중무역협정(People’s Trade Treaty)을 체결해 새로운 대안 체제를 모색 중이다. 무역협정에 따라 볼리비아는 풍부한 광물자원을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싼 값에 공급하고, 두 나라는 미국 거대 곡물업체의 무차별 공격으로 수출이 급감한 볼리비아의 콩을 수입하고 있다. 또 의료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인 쿠바는 볼리비아 장학생 5천명에게 의료교육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사망 40주기를 맞았던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목소리가 새롭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키우자!” 그가 불가능한 것들로 상상한 많은 것들이 쿠바를 비롯한 남미에서 실험되고 있는 것이다. 쿠바는 아팠지만 웃는 중이다. 아니, 아팠기에 더 활짝 웃을 수 있다.

* 관련 영상 자료로 ‘걸어서 세계 속으로 - 카리브해의 판도라 쿠바 편’,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 여행기를 그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추천합니다. 특히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흥겨운 ‘손(Son)’음악을 직접 듣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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