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코우사카 키타로 감독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오호라,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구나.
50분 안쪽의 중편 애니메이션이지만, 길이의 미학을 잘 살린 작품이다.
길이 때문에 너무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다.
세계 3대 자전거 레이스 대회 중 하나라는 스페인 벨타 아 에스파냐(Vuelta a Espana)의 한 코스(영화에서는 이걸 뭐라고 하던데... 하여간, 긴 레이스 중 하루 정도 소화하는 코스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 중간중간에 그의 형, 그리고 전 애인이었던 여자와 형의 결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단지 아름다운 풍광이 아니라, 헉헉대는 레이스와 풍경, 그리고 이를 응원하는 가족과 동네 사람들을 보여 준다.
어쩌면 고향의 그리움을 얘기하는 단순한 주제로 볼 수도 있지만, 지친 레이스 중 보여지는 마을의 풍경, 경기가 끝난 후 바라본 노을진 하늘, 교차되는 과거 등은 '한낮의 현재'와 그를 관통하는 이땅의 인생을 잘 보여 주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 애니메이션이란 물론 이야기 구조가 중요하고, 이 작품 역시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를 지닌 애니메이션이지만, 무엇보다도 그 이야기 구조가 살 수 있었던 것은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끌어가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았던 땅의 이야기처럼 보여지는 그림들은 낯익으면서도 따뜻하기에 천천히 그러나 얕지 않게 가슴 속에 칠을 한다.
또한 헉헉대는 레이스 장면은 이야기를 잘 끌어주고, 마지막 결승 지점에서 폭주하는 스케치들, 흔들리는 얼굴의 배치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안 보면 후회했을, 꽤 괜찮은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짧은 서플먼트 중 성우들의 인터뷰가 있는데, 포복절도할 만담이다, ㅋㅋㅋ
여기서 '나스'는 가지의 일본말이며, 이 애니는 '나스'라는 작품집에 들어 있는 세 개의 이야기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는 만화 혹은 영화로 만들어질 생각을 안 한다. 잉, 두 가지 모두 다 훌륭하게 나올 수 있는 작품 같은데... 누구 없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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