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도니 다코 감독판 (2disc)
리처드 켈리 감독, 제이크 길렌할 외 출연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완전 판단착오였다!
완전 새로운 물건을 보았다!

꽤 새로운 공포영화일 거라는 기대감으로 디비디를 구입하고 두근두근, 오래간만에 움찔해 보고자 마음 잡고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냥 평온한, 조금은 엇나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만 계속 나온다. 저러다가 언젠가는 확 터지겠지,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괴물도, 세상 종말도 나오지 않은 채 갑작스런 플래시백(플래시백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되돌려 놓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으로 결말을 맞는다.

아, 이 영화 공포영화 아니었구나, 끝나고나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서플먼트를 보면서 혼자서 영화를 다시 짜맞추기하면서, 나만의 플래시백을 해 보는데 스멀스멀 영화의 기운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의 포인트를 잘 보여 주는 한 장면이 바로 극장에서 주인공 남자(제이크 길렌할, 인가... 브로크백 마운틴에 나온 남자란다. 아직 안 봐서...)와 여자 친구, 그리고 영화를 끌고 가는 모호한 토끼 캐릭터가 함께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다음 그림은, 그 토끼의 정체이다. 마치 피 흘리는 유다 같다는 느낌이다.

글쎄, 이 영화의 내용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사실 원래의 취지에 안 맞는 것일 수도 있다. 한마디만 하자면, 시간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 그렇다면 그 시간은 절대적인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축약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미래의 나가 건드릴 수 있는 지금의 나, 그렇다면 그 미래의 나 역시 지금의 나처럼 불확정적인 존재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모든 변화의 시점이 되는 곳에서 결단을 내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나오게 된다. 아닐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이것저것 짜깁기해 본 결과, 그렇다는 것이다.

1988년 부시와 듀카키스가 대결을 벌이던 때가 배경으로, 극단적인 반부시 노선을 보여 준다. 한편으로는 한없이 보수로 치달아 가던 80년대 후반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중간에 클린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금 역시 하나도 나을 바 없는 쌩보수의 시대라는 걸 얘기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그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불안정한 청춘의 모습을 통해, 그리고 주인공 주변의 캐릭터들을 통해, 상처받은, 혹은 나름의 짐을 하나씩 지고 있는 그 나이 또래, 혹은 그 세대 전체의 트라우마를 보여 주는 듯도 하다.

어쩌면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와 또 다른 방식으로 불안정한 시간과 공간, 그 속의 인물을 보여 주는 영화는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몇 번은 더 보아야 할 것 같은, 그렇게 봐도 질릴 거 같지 않은 영화다.
참고로, 김봉석 기자가 쓴 리뷰가 있는데, 아주 잘 정리해 놓은 것 같다.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4001&mag_id=15585

참, 그리고 제이크 길렌할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몽롱하고, 순수해 보이고, 좀 덜 떨어져도 보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날카롭게도 변하는 주인공, 처음에는 뭐 저런 인상의 녀석이 있나 싶었는데, 영화를 쭈욱 보다 보니, 아, 저게 캐릭터였구나... 그렇다면 저 배우 진짜 장난 아니게 연기한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눈빛, 잊히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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