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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 (1disc) - [할인행사]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숀 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인생은 잔인한 것이고, 살아 남은 자들의 잔치다.
누군가는 사라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슬픔을 담고도, 살아 있다고, 손으로 총 모양을 하면서 서로를 겨눠도, 웃을 수 있는 자다. 살아 있기에.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세 명(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은 어린 팀 로빈스가 추악한 백인 남성 두 명에게 끌려가 3일 동안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부터 운명의 갈림길에 들어선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지만, "그때 다른 사람이 잡혀 갔다면..." 이라는 가정은 운명의 잔혹함을 말해 줄 뿐이다.
사실 어린 세 친구 중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었다. 비겁하지도, 회피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았다. 그저 추악한 백인 남성 두 명을 만난 것이 잘못일 뿐.
그리고, 모두가 어른이 되고, 팀 로빈스는 그때의 충격으로, 겉으로는 정상적이지만 약간은 나사가 풀릴 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셋은 모두가 자주 얼굴을 보지 않는, 얼굴을 봐도, 그냥 동네 이웃인 양 지나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숀 펜의 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줄거리를 다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문제는 운명일 뿐.
그 누구도 가해자가 아니다.
그저 피해자만 존재하는 비정한 현실, 그건 신의 장난일까?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윤리적 딜레마 상황을 제시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 이전 영화인 <미스틱 리버>에서는 그 선택마저 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지경으로 인물들을 몰아간다.
혹시 이 영화에서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초월자-신이 아닐까?
유장한 흐름의 플라잉 캠으로 강을 따라 도시로 진입하는 첫 신과 마지막 신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안개가 낀 강과 마을과 사람들의 얼굴은 어쩔 수 없다.
혹은 그에 대비해서 햇살이 강하게 내리비치는 화면은 서글프다.
영화 중간에 딸의 장례식을 치르고, 집 뒷편 베란다에서 어설프게 위로하는 팀 로빈스와 숀펜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때 팀 로빈스는 야트막한 그늘에, 숀 펜은 강렬한 햇살에 노출된 채 울먹이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어쩌면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는 장면이었을지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답게 음악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간을, 우연성을, 딜레마를, 사람과 사람 사이를 탐구하는 노장의 시선은 그 어떤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진심으로 영화를 만들고, 대중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클린트에게 경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