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보이 (3disc)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 / 대원DVD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오토모 가스히로 감독이 오래간만에 내보인 신작.
일본 사람들이 유난히 집착하고 있는 유럽, 메카닉 등의 코드가 고스란히 집중돼 있다.
당연히 그러한 코드가 총 망라된 소년모험만화의 로망으로 가득한 이야기에, 어찌 보면 <붉은 돼지> <마녀 배달부 키키> 등에서 보여졌던 속도감을 극대화시킨 화면이 아닐까 예상했다.
물론 그러한 면이 없지 않다. 초반부에 보여지는 '기계작동'에 대한 탐구심은 <백 투 더 퓨처> 등에서 느꼈던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키라>의 감독임을 말하기 위해서인지, 마지막으로 갈수록 '폭주'가 가득하다.
장대한 스팀성의 이륙, 스팀볼과 비행, 장난감 같지만 무시무시한 무기들의 향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질주의 기운, 어느 CG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화면은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결국, 과학은 인류의 진보에 어떻게 간섭하는가, 혹은 과학은 순수한가, 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결코 가볍지 않게 묵직하게 던지고 있다. 그저 겉멋으로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증기기관의 시대, 세계박람회의 시대를 고른 것은, 현대 테크놀로지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지금과 결코 다르지 않은 과학의 딜레마를 제대로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또, 한편으로는, 민중의 평등을 위해 과학을 써야 한다는 초기의 믿음과 그걸 위해서는 사소한 위험이나 희생도 감수해야 된다는, 역시 아주 고전적인 딜레마(그 반대편에 서 있는, 과학이란 순수한 것, 그러기에 밀실과학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까지 포함해)를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질문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아날로그한 모험 영화의 쾌감을 기대했던 바,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아키라> 때도 느꼈지만, 오토모 가스히로 감독, 그리고 일본의 많은 감독들이 갖고 있는 과도한 중압감이 어떤 때는 영화, 라는 고유한 매체의 매력을 자꾸 까먹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아키라>나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등은 처음 보여지는 신선함과 더불어 그러한 질문 자체도 영화라는 것에 한꺼번에 묶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러한 질문들이 좀 더 강해지고, 영상과 사운드 역시 더 강해지면서, 하나로 녹아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드는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일본 애니메이션은 사랑스럽다.

이제 <사무라이 참프루>를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때이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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