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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의 꿈 ㅣ 낮은산 너른들 1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6년 2월
평점 :
곧이라도 거친 느낌의 종이를 뚫고 나올 것만 같은 표지 속의 들소!
'들소의 꿈'이라는 제목과 그림만 보고 있어도 전체 책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리고 1시간 만에 다 읽었다.
다시 책장을 열고 장마다 나오는 그림들만 쭉 모아놓고 보니, 그것만으로도 마지막에 가서 약간 눈가가 따뜻해진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대한민국 파병, 그리고 그 속에 놓인 생명 존엄!
들소라는 알레고리를 동원해 작가 김남중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전쟁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 준다.
점점 궁금증을 만들어 가면서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얽어 몰아가는 초반은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함께 읽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솔직히 중반에는 너무 직설적으로 비유해서 보여 주는 미국과 부시, 그리고 이라크와 파병 군인들의 모습에 약간 당혹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초점이 단순히 적대적 관계, 혹은 침략과 방어의 문제가 아닌, 생명의 존엄에 대한 물음으로 치달으면서 들소 '깨진뿔'과 그의 아들 '큰머리', 그리고 인간 '용신'의 아픔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김남중이라는 작가의 큰 장점은 바로 속도감 있는 문체, 잘 짜여진 이야기의 장치, 그리고 그 둘을 묶어 가슴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아닐까 한다.
한 가지 고민. 내가 부담스럽게 느꼈던 중반부의 직설적 비유는 어쩌면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아이들은 그러한 배경지식 없이 글에 몰입해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직설적 비유 역시 의미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괜히 어른 독자들을 상정해서 모호하게 구도를 짰다가 이도저도 아닌 설교만 늘어놓는 것보다 말이다.
하여간,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