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삶을 먹다 - 대지의 청지기 웬델 베리의 먹거리, 농사, 땅에 대한 성찰
웬델 베리 지음, 이한중 옮김 / 낮은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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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오르신 하느님 뭐 이런 거 아닐까 싶다. 먹거리가 중요하다, 농사와 땅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하지만 그것이 왜, 어떠한 원리로, 무슨 마음으로 그러한지를 이처럼 잘 꿰뚫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특히나 이 책에서 눈에 띈 대목은 소로우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가 끼친 영향이야 지대하지만 맹목적으로 소로우를 따랐을 때 그저 자연보호주의자가 될 뿐 농사를, 땅을, 생명을, 그리고 사람을 함께 살리는 일, 즉 살림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은 참으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보호주의와 농본주의가 하나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그렇게 해서 통찰력 있는 철학으로 다가온다. 즉 집 안팎의 살림을 챙기는 일이 곧 자연을 살리는 일이며 그것은 곧 나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은 소아와 대아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와도 맞닿는다. 또한 그저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웬델 베리가 부드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오랜 연륜을 지닌 농사꾼, 그들의 삶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지혜를 얻는 이야기 소설 속 먹는 장면에 대한 짧은 스케치이지만 뭔가 아련하게 밀려오는 느낌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성하는 그림 같은 느낌이다. 그래, 조금만 더 생각하면서 먹자. 그것이 곧 즉자와 대자가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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