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벌써 10년도 넘은 듯하다.
한참 놈팽이처럼 시를 써 대며
세상의 온갖 고민을 다 안고 살았던 적이 있다.
단골 소재는 지저분한 질병과 동물, 곤충 등이었다.
그리고, 외국으로 떠나는 후배, 졸업하는 동기를 위해
한 권씩 복사집을 통해 시집을 만든 적이 있다.
(그래서 내게는 없다.)
그래도 나름 판형이나, 본문 레이아웃 등을 고민해서
아래 한글로 조판을 했다.
그리고 그 중 한 표지는 아주 숭악한 놈인데
건너 건너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우찌하여 집에 감금돼 있던 친구였는데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흰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그림이었다.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난 그때 그 표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은이 장모씨는 나와 달랐다.
모티브는 분명 황당하지만
디테일과 이야기 구성은 짜임새 있으며
그림 역시 탄탄하다.
단순히 우화의 형식을 넘어
'인간'이란 누구인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지를 고민하게 하며
'인간'과 '그'를 규정짓고, 차별하고 있는
이 세상의 복잡한 시선들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뒤에 실린 단편은
문 속의 문 속의 문....이 되어
본편의 주제 의식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고 있다.

장경섭을 만난 건 행운이다.
변신이기도 하고 판타지이기도 하고, 고독과 실존에 대한 지독한 리얼리즘이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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