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이성형 지음 / 까치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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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아바나로 떠날 때>의 저자 이성형 선생이 쓴 인문교양서다.
사실 일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흥미진진 감탄 또 감탄하며 읽었다.
무엇보다 극악무도 서양주의에 대한 분기탱천의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글쎄, 비서양인으로서 그들과 우리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생각은 많이 갖고 있었지만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무지하였던 관계로 그저
차베스와 체 게바라,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대륙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어쩌면 나는 동양인으로서 오리엔탈리즘 컴플렉스에 빠져
또 다른 차별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지난 번 책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된 '리고베르타 멘추'를 통해
어느 정도 라틴 아메리카의 오랜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섰는데
이번 기회에 정말 많이 배웠다.

그 어떤 나라들보다 미국(왜 우리는 이 나라를 '아메리카'라 불렀을까? 무섭다!)의 곁에서
경제적, 문화적 수탈의 역사를 지나온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면서 그저 여행 가고 싶은 곳 일순위
정도로만 생각해 온 나, 다시 또 부끄럽다.
일단 여행은 한참 뒤로 미루련다.

슬슬 이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해야겠다.
누군가 그러던데... 멕시코 대학이 세계 몇 위 안에 드는 엄청난 곳이라고.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가운데 '탈식민주의적 글쓰기' 부분이 있는데
그저 서양의 틀로, 서양을 극복하려고 한 우리의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은/커피/설탕/옥수수/감자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세계경제사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단순히 미시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무역물품을 중심에 두고, 수탈과 개발의 역사, 문화사적 의의, 세계무역의 흐름을 짚어 내는 힘은 놀랍다.
(다만 서양중심주의를 교정하던 전반부와 단절되는 흐름, 경제사쪽에 치중하는 느낌 정도가 좀 걸렸다. 물론 아주 미약한 정도다.)

역시 21세기의 화두는 '타자성'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넓어짐' '용서하지 않는 여유'가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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