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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김해곤 감독, 김승우 외 출연 / 팬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보고 나니 막막해지는 영화였다.
그들의 연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는 그 장진영의 연기와 김승우의 자연스러움은
이 영화의 중심이자 이 영화의 생명력이니까.
그런데 좀 이상했다.
몇몇 사람이 이야기하는
김승우의 친구들에 대해서 말이다.
난 솔직히 공감이 가기보다는
세대론적으로, 계급론적으로
그런 부류들이 존재한다는 것,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것
알면서도, 마음 한켠이 아프고, 막막하고, 쓰리다.
보통은 그런다.
20대 중반 정도까지 온갖 지랄을 떨면서 잘 놀던 놈들이
결혼하고, 자리잡으면서 너무나 가족주의적인 형태로 자신의 삶을 역전시킨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질타를 한다.
아프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계급적 차이들, 세대간 단절
그것은 과연 추억이고, 나이듦은 그 자유로움을 속박하는
혹은 회개하고 정신차리는 그런 과정에 불과한 것인가
그 모든 것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성숙' 혹은 '숙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화학적 변화의 과정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화학적 과정이 빠진 채
모든 것이 자본에 의해
시스템의 강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러니 그 모든 변화가 내재화되지 않는 것이다.
외피일 뿐.
다행인 건지 아닌지
영화 마지막에 김승우는 다시 연이(장진영)에게로 돌아간다.
진실로 돌아간 것인지
안락한 생활 속에서 잠시 바람을 쐬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난 그렇다.
질주했던 자신의 10대, 20대가 결코
철부지 장난이나 객기가 아니라
그것도 지금의 자신에게 무언가의 의미를 갖고
그저 외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양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마치,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라볼 때 세대론적으로
무 자르듯이 툭툭 잘라서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버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시 우리 개인의 삶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근현대사를 그저 임의대로 자기 좋은 방식으로
마음껏 왜곡시키려 한다.
그런 세대론은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가벼움을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