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내 뼈 -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황신언 지음, 진실희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내 몸 내 뼈' 라는 타이틀에 끌린 건 이제 어느덧 40을 넘기고 중년을 향하면서 젊기만 할 줄 알았던 내 몸이 삐걱삐걱 여기저기 아우성을 쳐대서였다. 이제는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날 관리해야 할 나이가 됐다고 자각했지만 정작 어디를 어떻게 관리해줘야하는지는 정보부족이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라 반가웠다. '머리카락부터 엉덩이까지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내 몸 구석구석의 이야기'라고 하니 몸의 다양한 곳곳의 정보가 잘 담겨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근데 어랏? 내 예상과는 달랐다. 정보서라기 보다 신체 부위와 관련한 일상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라고 할까? 그래서 '몸 에세이'라고 했구나...하고 깨달았다.

신선하게 읽어내려간 '유쾌하게 써 내려간 몸 에세이'는 내 지난날의 건강 관련 에피소드들과 일상의 습관들을 다시금 되짚어보는 기회를 줬다. 우리 몸의 신체 곳곳은 언제나 몸의 주인에게 신호를 보내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민감하고 예민해서 반응해온거라 생각했던 일들도 신체의 반응이자 신호였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몸의 면역이 떨어지거나 아플 때마다 등에 아토피가 돋아났었다. 내가 유독 보채고 울어대서 엄마가 내 등을 들쳐보면 어김없이 아토피가 울긋불긋 쏫아나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때마다 수두약 같은 분홍색 액체를 듬뿍듬뿍 발라줬고, 그 연례행사는 20,30대까지 지속됐다. 어릴 때는 등이었다면 커가면서 목, 허벅지 안쪽, 팔,다리 등이 접히는 곳과 같이 땀이 많이 차이고 연약한 피부쪽에 많이 등장했다. 참 희한하게도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피로감을 호소했고 그래서 뒤늦게 크게 앓기도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내 몸이 주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휴식을 취하곤 했다. 업무로 밤샘 철야가 이어지거나 신나게 몇박몇일 여행을 다녀와도 몸이 항상 먼저 신호를 보냈다. 아토피가 여기저기 쏫아나 간지럽고 따갑고....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몸이 무리를 하고 그 피로를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나는 두말 않고 하루종일 잠을 자거나 보양식을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쉬었다. 그러면 정말 거짓말처럼 아토피는 자취를 감췄다.

요즘 들어서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해지면 혓바늘이 돋고 혀가 퉁퉁 붓는다. 혀가 부어 발음도 제대로 안되고 음식을 먹을 때도 고욕스러워 어쩔 수 없이 하루 푹 잠을 자고 쉬어준다. 그걸 무시하고 있다가 사실 요며칠 감기몸살이 내 몸을 덮쳤고 결국 하루종일 겔겔대며 일도 육아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내 몸이 나를 지키기 위해서 보내는 신호들....그렇게 우리는 내 몸과 소통하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내 몸은 내 삶의 자취(배둘레햄과 돌덩이 같은 어깨, 삐걱거리는 무릎관절이 바로 그 물증이다 ㅋㅋ)이자 내 일상의 기록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피부로 접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더 많은 육신을 통해 속세와 상호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머리카락, 얼굴, 어깨, 허리, 엉덩이, 발가락, 배꼽, 자궁, 포피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느낀 후 빠르게 메모하며 적어 내려갔다. 생활의 이야기를 썼고, 해부학의 이야기를 썼고, 임상의 이야기를 썼다.

<내몸 내뼈> 들어가며 중에서

현재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선에 있는 작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제 이야기가 있다고 하며 머리카락부터 항문까지 세세하게 신체가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 일상의 이야기로 녹아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정보의학서라기보다 우리 몸과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하루종일 우리의 모든 의식을 이행하며 움직이는 몸에 대해 이만큼 깊이 생각하고 들여다 본 적이 있던가. 끊임없이 보내는 신호도 귀찮고 바쁘다고 무시한 채 지내다 병이 나면 잘 버텨내주지 못하는 내 몸에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이 변덕맞은 몸은 '나의 일부였고 나 자체'였던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하나 다짐했다. 이제 좀 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캐치하고 몸과 소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말이다.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를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몽실서평단 #몽실북클럽 #내몸내뼈 #황신언 #유노북스 #몸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