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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신앙은 어느지점에 가면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 버린다. 이성만 붙들고 있다가는 신앙의 도약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도약의 선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머뭇거린다. 그래서 돌아서기도 한다. 기독교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어왔다.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들 중에 몇몇은 다른 영역에서 십게 신앙적인 도약을 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현각의 경우에서 그런 것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그는 카톨릭 가정에서 자라나서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품는다. 나는 그런 현각의 태도에 매우 호감이 갔다. 많은 소위 신앙인이라는 사람들이 감히 던지지 못하는 질문을 과감히 하고,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품고나가는 현각에게서 나는 한 인간의 정직성을 느꼈다. 그가 그 질문들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런데 2권에 가서 현각이 스승 숭산대사를 만나고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하는 것이나 그 이후의 행적을 보면 어렸을 때의 순전한 질문이 없어진 것 같다. 숭산의 가르침인 생각을 끊어버리라는 것이 현각에게 답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쉬운 점이 남는다. 그는 과연 해답을 얻은 것인가? 오히려 질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그가 하나님을 만났더라면 모든 질문을 얻는 것보다 또 그 질문 자체가 사라지는 것보다 훨씬 나은 길을 발견하였으리라. 이것은 신앙적인 도약도 아니고 실제이다. 하나님의 현존 앞에서 숭산의 가르침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현각이 너무 아쉽다. 그리고 숭산의 가르침은 너무나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