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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발명의 천재 - 자연에서 배운 놀라운 발명 이야기
베르너 나흐티갈 지음, 전대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아들아,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권해준 책보다는 네가 스스로 고른 책들을 좋아하게 되었더구나. 그런 줄 알면서도 또 엄마는 책을 고르고 건넨다.
네 꿈은 과학자라고 했지? 과학자 중에서 어떤 과학자일까 언젠가 물었더니 넌 발명가 쪽이었다. 뭔가 사람들에게 편리한 도구들을 발명해보고 싶다고 했지. 정말 창의적인 생각들이 많이 필요한 분야일 것 같은데, 사실 엄마에게는 참 부족한 부분이란다. 엄만 창의적인 생각들을 많이 못하고 자랐어. 그래서 가끔 너나 네 동생들이 기발한 생각들을 할 때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뭔가를 발명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관찰력이라고 엄마는 생각한다.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거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을 거야. 이 책이 그런 책이더라. 자연을 유심히 관찰해서 우리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낸 거야.
예를 들어볼까?
꽃은 어떻게 벌에게 꽃가루를 묻혀줄까? 샐비어라는 꽃은 말이야, 우리가 쉽게 지렛대의 원리라고 말하는 방법으로 꽃가루를 묻혀 주더라. 꽃술의 길이를 서로 다르게 해 둔 거야. 벌이 꿀을 빨아먹기 위해서 주둥이를 내밀면, 아랫판이 자연스럽게 밀리면서 윗판, 그러니까 긴 꽃술이 아래로 내려오더라. 벌의 엉덩이에 자연스럽게 꽃가루를 묻히는 거야. 정말 대단하지 않니?
또 바퀴벌레 말이야. (우리 서울에 살 때, 처음 이사했던 집에 바퀴벌레가 얼마나 많이 있었는지 기억하니? 세상에 처음 이사하려고 가서 봤더니, 천장에까지 바퀴벌레가 붙어 있어서 엄마는 기절하는 줄 알았단다.)
바퀴벌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이라는 얘기 들어봤지? 수억 년 전부터 지금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단다. 왜 더 이상 진화하지 않았을까? 그건 이미 완벽한 '전자공학' 시스템이 바퀴벌레의 몸 속에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구나.
바퀴벌레의 무릎 부위에는 아주 민감한 진동 감지 센서가 달려있대. 그래서 몇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문이 열리면 바로 감지가 된단다. 또 몸 뒷부분에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여 흔들리는 미세한 털들이 있고 말이야. 바퀴벌레 퇴치가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이제 좀 알겠어.
언젠가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걸어가는 걸 본 적이 있었지? 그 원리를 잘 이용해보면 혹시 물 위를 걷는 신발 같은 걸 발명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에서 동물들은 미리 다 대피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었지? 동물들에게만 있다는 여섯 번째의 감각, 어쩌면 원시인들에게는 있었는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걸지도 몰라. (호주의 원주민들에게는 이런 게 아직 남아 있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이런 여섯 번째의 감각을 되찾게 해 주는 어떤 발명품 같은 것도 연구한다면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엄마가 보기엔 이 책에 단점이 있는데, 번역 말투가 좀 어렵더라. 엄마같으면 좀더 쉽게 바꿔썼을 것 같은데, 어린이들 책을 번역해보지 않으신 분이 번역했나 봐. 그렇지만 그건 네가 하기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좀 어려운 책을 읽다 보면 쉬운 책은 더 쉽게 읽히지 않겠니? 다행히 네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야.
너의 소감을 기다린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