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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너구리 라스칼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1
스털링 노스 지음, 이민아 옮김, 존 쉰헤르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엄마는... 엄마가 되면서 꿈을 가졌어.
아이들과 함께 시골에서 살면서 칡 캐러 다니고, 함께 산책하다가 모르는 식물이 있으면 식물도감을 보고 찾아보고, 늘 너희와 함께 책 읽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그런데 엄마가 된 지 10년만에 엄마의 모습은, 그동안 엄마가 참 한심하게 생각했던 몇몇 엄마들 모습과 다를 바가 없구나. 너희는 뭐든지 학원에서 배우고, 엄마는 늘 너희들에게 이것 했니 저것 했니 다그치기만 하고. 어쩌다 데리고 나가는 것도 그냥 놀러 나가는 게 아니라 무슨무슨 체험학습을 한다고 보고서 쓰라하고 사진 찍게 여기 서라 저기 서라 하고... 어쩔 수 없다는 게 엄마의 변명이 될까? 만일 너희들이 뭔가 잘못을 하고 난 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면 엄마는 뭐라고 할까?
엄마가 잃어버렸던, 까맣게 잊어버렸던 꿈을 상기하게 된 건 이 책을 읽은 후야.
이 책의 주인공은 비록 엄마는 없지만, 그렇게 살더라. 야생의 새끼너구리와 함께 살아간 딱 1년 동안의 이야기인데, 엄마는 너구리에 관한 것보다도 내내 주인공 스털링이 사는 방법, 스털링의 아버지가 아들을 키우는 방법이 더 마음이 가더라.
거실 한가운데서 직접 카누를 만들고, 돈을 모아 카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을 사고, 아빠가 다른 곳에 볼일이 있을 때는 캠핑을 가서 하루종일 낚시를 하고...
아직 네가 읽기는 좀 따분할까? 이미 4년 전에 해리포터를 읽은 네 독서력에 비교하면 충분할 것 같긴 하지만, 네가 요즘 너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과연 네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아들아,
이렇게 잔잔한 이야기가 읽고 나면 네 가슴에 남아 너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언젠가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겠지? 컴퓨터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지웠다고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라스칼과 스털링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을 되찾을 수 있겠지?
너에게 이 책을 권하려다가 생각하니, 엄마는 또 엄마 마음대로 너를 '키우려고' 하는 것 같아 반성한다. 그냥 책꽂이에 꽂아둘테니, 마음 내키면 읽으렴.
참, 이 책은 꼭 너만한 아이의 이야기더라. 이 책의 작가가 어렸을 때 직접 겪은 이야기래.
우리 다음주에 할머니댁에 가면 칡 캐러 한번 가볼래? 사실 엄마는 도시에서 자라서 칡을 구분할 줄도 모르지만 네 과학교과서에 나온 사진을 기억하면서, 식물도감 가지고 한번 가볼래?
아빠가 많이 그리워지는구나. 아빠가 계셨다면 널 데리고 동네 앞의 치마바위 근처에 가서 칡을 많이 캤을텐데...
오늘은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