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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꽃 - 1999년 제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하성란 외 / 조선일보사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첫인상, 말투, 옷차림, 성격, 토정비결 아니면 느낌 우리는 여러 가지 데이터로 그 또는 그녀를 평가한다. 물론 평가라는 말이 직접적인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그 또는 그녀에 대해 물어봤을 때 어떤 사람인 것 같다는 말 정도는 하게 된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까,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왜 이리 많고, 사람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어쩜 이렇게 다양할까.
여기서 남자는 그녀를 알기 위한 데이터로 그녀가 버린 쓰레기를 선택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일상 중 하나를 파헤친 것 뿐인데, 작가의 이런 설정은 낯설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판단 기준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이제 그가 그녀를 파악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회를 재검토 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애매모호한 설문지보다는 쓰레기장을 뒤지는 것이 더욱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쓰레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쓰레기야말로 숨은 그림 찾기의 모범답안이다….
작가의 말처럼 들리는 이 부분은 사회의 모습으로 돌이켜 보았을 때 우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완전하게 매만져진 현실의 참을 입증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버린 것들, 그 폐기물들이다. 작가 하성란은 이 차갑고 냄새나는 것들에서 현대를 본다. '마이크로적 묘사 '라고 불릴 만큼 냉정하고 꼼꼼하게 대상의 내부와 외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마치 현미경의 렌즈로 사람의 피부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작가의 눈으로 보는 대상은 낯설고 추한 모습으로 변한다.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진실은 쓰레기 봉투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