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짧막한 글들을 읽으며 에쿠니 가오리가 참 관계에 대해 냉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그 관계를 조금만치도 덜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아닙니다. 너무 소중하기에 더욱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어떤 선, 꼭 유지해야만 하는 어떤 정도의 거리. 그런 것이 나를 좀 슬프게 했어요. 그냥, 따뜻할때는 나중에 그 느낌이 사라지거나 변할 거라는 걸 생각하지 않고, 그냥 따뜻하다고 말하며 걱정없이 행복해하면 안되는 것일까, 그런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사람이란 존재인가 봅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풍경이 마음에 들어요. 아침에 빵을 사러가고, 비오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책을 읽으며 오래 목욕을 즐기고, 공원을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남편과 함께 벚꽃이 활짝 피어난 길을 드라이브하고, 그런 시간을 가만히 마음에 담고,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그녀의 단정한 글이 그런 풍경들을 조용히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마음이 냉정해지는 듯, 혹은 절실해지는 듯, 혹은 행복한 것도 같고, 불행해지는 것도 같은 그녀의 차분한 글들, 대단히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어쩐지 자꾸만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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