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에요.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2권의 초반부였는데요, 그건 바로 파브리스가 자신을 파멸시키려고 일부러 죄를 덮어씌운 적인 파르마 공국의 간수장 콘티의 딸 클렐리아를 사랑하게 되는 부분이죠. 파브리스는 클렐리아가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자신을 독살하려는 자들이 감시하고 있는 그 감옥탑을 천국이라 여기며 창가에서 늘 그녀를 기다리고 먼발치로 그녀에게 말을 걸고 그리고 클렐리아가 한번 바라봐준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며 '그리하여 나는 지상에서 나의 천국을 발견하리니' 따위의 절절한(조금은 유치한^^) 시를 짓기도 하며 지내죠. 그 시간들이 가슴이 아플정도로 낭만적이었어요. 철이 없고 공상적인 성격에 천진난만한 사랑스러움을 지닌 귀공자 파브리스-주인공인 그의 성격이 그래서인지 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는 이야기 전개가 긴박하든 비참하든 일단 밝게 느껴지죠-나 고집세고 영리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파브리스의 고모-조카 파브리스가 어릴때부터 그를 사랑해온-와 파브리스의 탈출을 도와주고는 자신이 아버지를 배반했다며 스스로 파브리스를 다시 안보겠다고 선언하여 그 둘의 사랑을 비극으로 만드는 차분한 구원상의 신비로운 소녀 클렐리아. 비록 후반부의 결말이 상당히 이상하고 허무했지만, 뭐 어떻습니까, 스탕달은 <적과 흑>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글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비범한 재능을 지닌 천재적 작가입니다. 2부 초중반의 파브리스와 그의 고모, 클렐리아가 만든 삼각관계는 무척 인상적으로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펴온 고모의 마음을 모른체 저버리고, 한순간에 자신의 온 영혼을 가져간 클렐리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파브리스의 괴로웠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